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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의원 절반 '물갈이'했지만…전문가 쏠림 현상 '여전'

기사등록 : 2020-04-3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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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출신 46명 육박하는데…'장애' 3명· '다문화' 0명
20대 총선 '영입 1순위'였던 과학기술계…이번엔 5명 뿐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국회가 대대적인 '물갈이'를 앞두고 있다. 4·15 총선결과 20대 국회의원 절반이 날아가고, 151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들이 대거 입성한다. 초선 비율이 전체 의석 과반을 차지한 건 2004년 17대 총선 후 처음이다.

다만 16년 만에 이뤄지는 대대적 개편에도 전문인력 양극화 현상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양상이다. 당선인 이력을 살펴보면 법조계 쏠림 현상은 여전한 반면, 과학기술·문화예술계 기근 현상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년·여성 분야에 비해 장애·다문화 분야의 과소 대표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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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새누리당·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입성한 박경미 더불어민주당·송희경 미래통합당·신용현 미래통합당 의원(왼쪽부터). 박 의원은 4·15 총선에서 서울 서초구을에 출마해 낙선했고, 송 의원과 신 의원은 불출마했다. [사진=뉴스핌DB]

◆ IT·이공계 출신, '1순위 영입대상'에서 '찬밥 신세'로…21대 초선 5명 그쳐

과학계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21대 국회 입성을 확정지은 초선 당선인 151명 가운데 IT·이공계 출신은 불과 5명 뿐이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이공계 인사들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인 만큼 그간 비례대표제에 의존해왔으나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보건의료계 인사들이 전진 배치되면서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후순위로 밀려난 데다, 비례위성정당이란 변수까지 작용했다. 이경수 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국제기구 부총장이 총선인재로 영입돼 18번을 받았지만 한 끗차로 낙선했다. 

민주당에선 삼성전자 임원을 지낸 양향자 당선인과 네이버 부사장을 역임한 윤영찬 당선인 정도가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됐다. 야당 초선 가운데선 KT출신의 김은혜 미래통합당 당선인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신인 조명희 미래한국당 당선인,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을 지낸 이영 미래한국당 당선인 정도가 전부다.

불과 4년 전 20대 총선과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다. 당시 민주당·새누리당·국민의당은 관련 업계 인사를 앞다퉈 '비례대표 1번'으로 배치했다. 민주당은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였던 박경미 의원을,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은 KT 전무를 지낸 송희경 의원을 간판 인재로 앞세웠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을 지낸 신용현 통합당 의원은 당시 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을 받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러나 이들 3인방은 나란히 국회 재입성에 실패했다. 박경미 민주당 의원은 서울 서초구을 선거에서 낙선했고,  송희경·신용현 의원은 불출마했다. 21대 총선에서 역대 최다 여성 당선인(57명·19%)이 배출됐지만 과학계 출신 여성 현역들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20명 가운데서도 생환한 현역의원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민주당에선 노웅래·박광온·변재일·유은혜·이상민·이원욱 의원, 통합당에선 박대출·박성중 의원만 21대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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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예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4.17 leehs@newspim.com

◆ 여성·청년 늘었지만…장애·다문화 과소대표 현실 여전

여성·청년 당선인 비중은 20대 국회에 비해 대폭 높아졌다. 불과 3명 뿐이었던 2030세대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13명으로 늘었고, 여성 당선인은 26명에서 57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장애·다문화 등 사회적 약자로 평가받는 이들의 원내 진입은 여전히 쉽지 않다. 

최혜영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과 김예지·이종성 미래한국당 당선인 등 3명이 초선 장애인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하게 됐으나 260만여 명의 국내 장애인(2019년 기준·보건복지부) 인구를 대변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문화 전문가는 21대 국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자스민 전 의원은 정의당 비례후보로 21대 국회 재입성에 도전했지만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민주당 총선인재로 영입된 원옥금 주한 베트남교민회회장 역시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국내 다문화 가구원 수(2018년 기준·통계청)는 100만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을 위한 입법 활동은 빈약한 실정이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7일 기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다문화 가족·외국인 근로자 관련 법안은 모두 30건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 4년간 2만5000건이 넘는 법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다문화 입법 비중은 0.1%에 그쳤다. 

이 전 의원은 기자와 만나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국내 다문화 가정·외국인 근로자들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21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도 다문화 분야는 철저히 소외돼 있다"고 꼬집었다. 

문화예술계 인사 기근현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문화예술계 출신 인사는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예지 미래한국당 당선인이 유일무이하다. 미래한국당의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25번)와 백현주 동아방송예술대 초빙교수(27번)는 당선권에 들지 못했고,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는 관련 인사가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배우 김선영씨와 성악가 최승원씨, 정윤희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은 민주당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낙마했다.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15명) 내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인사는 전무하다. 김영주(민주당)·안민석(민주당)·조훈현(통합당) 의원 등 상임위 구성이 체육계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21대 국회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석권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 모두 근로자 처우 개선 등 문화예술계 지원 정책을 내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선, 화제성 인물 한두명에게 이벤트성 공천만 하는 식"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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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의당·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각각 나선 이자스민 전 의원과 원옥금 주한 베트남교민회회장(오른쪽). [사진=뉴스핌DB]

choj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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