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홍근진 기자 = 고칠진 세종시 도시교통공사 사장이 지난 28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초대 사장으로 공사 출범과 운영의 토대를 만드는 등 공적을 남기고 물러났다.
29일 세종시 관계자는 곧 후임 사장이 임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와 관련해서 시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를 보장하는 인사청문회 도입 의견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고칠진 초대 세종도시교통공사 사장이 28일 공사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세종도시교통공사] 2020.04.29 goongeen@newspim.com |
3년 4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고칠진 전 교통공사 사장은 국토교통부 교통과장등을 역임하며 교통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대중교통 전문가로 공사 출범과 함께 취임해 운영의 토대를 마련하고 퇴임했다는 평가다.
지난 2017년 출범한 공사는 처음 3개 노선 23대 차량으로 시작해 지금은 49개 노선 163대 버스를 운행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조치원 터미널, 공영자전거 어울링, 대평CNG충전소 등을 운영하고, 대중교통 시설 광고사업을 시작했다.
수요응답형(DRT) 교통체계인 '두루타 버스'를 개발하고, 친환경 전기굴절버스 4대를 BRT라인에 투입해 운행 중이다. '봄꽃버스', '물놀이버스' 등 계절별로 테마버스를 운행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세종시 명소를 여행할 수 있는 '버스타고 세종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공사는 대중교통 서비스를 선도할 양질의 승무사원을 양성하는 '교통사관학교'를 5기에 걸쳐 운영해 109명의 승무사원을 배출했다. 그 중 55명은 교통공사 마을버스 승무사원으로 채용했으며 나머지 54명을 민간 운수회사에 연결해 취업에 성공했다.
이처럼 공사를 모범적으로 운영한 고 전 사장은 공사가 새로운 대중교통 모델 제시로 행정안전부장관 표창 2회, 국토부장관 표창,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2018년 일자리 대상, 2019년 고용친화 모범경영대상 등 수많은 표창을 받는데 선봉에 서서 노력했다.
고 전 사장은 퇴임사에서 "초대 사장으로 재직하는 3년 동안 여러분들이 있어서 정말로 행복했다"며 "저의 부족한 행동과 말로인해 혹시 마음의 상처가 된 직원이 있다면 공사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그동안의 감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버스회사 관리 전문그룹이 나타나고 있음을 주지하고 "공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경영과정에서 운송원가를 맞추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경영혁신을 당부했다.
고 전 사장은 마지막으로 "형처럼 오빠처럼 자신을 찾아와주는 그런 정겨운 관계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퇴임사를 마무리하고 회사를 떠났다. 고 전 사장은 퇴임후 본인의 전문분야의 지식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기 위해 대학에서 강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칠진 세종도시교통공사 초대 사장(가운데)이 28일 퇴임식에서 직원들로부터 송공패를 받고 있다.[사진=세종도시교통공사] 2020.04.29 goongeen@newspim.com |
초대 교통공사 사장으로 많은 업적을 남기고 떠난 고 전 사장의 후임 임명에 대해 지역에서 관심이 많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근무인원 470여명과 예산 600억원이 넘는 세종시 최대 공기업으로 부상한 교통공사 후임 사장으로 누가 임명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그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견이 많다.
또 세종시가 도시개발 업무를 시설관리공단에 추가하려 했으나 어렵게 되자 교통공사에 이 업무를 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임 사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새로운 업무의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교통공사 후임 사장으로는 공모를 거쳐 2명이 시장에게 추천돼 있고 조만간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유력한 후보로는 현 교통공사 본부장을 맡고 있는 A씨가 거론되고 있다. 시청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하고 지난 2016년부터 교통공사에 근무하고 있다.
이춘희 시장과 국토부를 시작으로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 행복청, 세종시청에서 호흡을 맞춰 왔다는 점이 강점이지만 회전문-코드-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청에서 근무할때 총무과장과 시장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으로 지나친 코드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가뜩이나 세종시의 각종 기관 단체 간부에 퇴직 공무원 출신들이 주요 요직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난이 있는데 퇴직 공무원 출신이 최대 공기업 사장까지 맡게 된다면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결국 이런 코드인사는 조직 기강과 근무 의욕 저하 등을 가지고 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세종시에는 임명직 부시장과 기관 단체 간부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나 이춘희 시장 최측근들이 자리를 차지해 왔다. 시민들은 견제 세력은 아예 없고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없는 그들만의 잔치 속에 세종시가 브레이크 없는 과속열차로 전락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세종시가 이번 교통공사 사장 응모자격 기준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3급 이상 공무원 재직 경력이 있는 사람에서 4급 이상으로 바꾼 것을 두고 A본부장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냐는 의혹이 있다. 나아가 감사원 감사나 수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난해 11월 12일 김원식 세종시의원으로부터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답하고 있다.[사진=세종시의회] 2020.04.29 goongeen@newspim.com |
4급 과장 출신 공무원이 교통공사 수장에까지 오를 수 있게 된 것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어서 그렇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 입맛에 맞는 사람이 특혜성 배려를 받고 임명되도 시민들이 이를 검증할 절차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종시의회와 시민단체가 지적한 적도 있다.
세종시의회에서는 지난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산하 공공기관의 임명 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을 요구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1월 12일 김원식 의원은 "17개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세종시만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장에 대한 폐쇄적인 인사와 임명 과정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이춘희 시장은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면 오히려 인재 구하기가 어려워 널리 공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청문회 도입은 시기상조다"라고 대답했다. 인사청문회가 법적인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자신이 인사권을 마음껏 휘두르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도 지난해 12월 세종시에 산하 공기업 및 출연기관장을 임명하기 전에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사전에 검증하고 임용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김 의원과 시민단체의 주장이 있었음에도 아직 인사청문회 제도는 도입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시설공단 이사장과 문화재단 대표가 임명됐다. 그러면서 인사에 대한 불만과 각종 루머가 생산되고 있다.
인사는 만사라 했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 위치에 어떤 사람이 오느냐에 따라 성과도 판가름 난다. 지나치게 편향된 인사는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의견을 듣지 않고 인사권자의 지시만 따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단적인 인사보다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는 인사가 필요하다.
이춘희 시장의 이번 임기가 벌써 절반 가까이 지나가고 있다. 국가적으로 코로나19 난국 속에서 최근 세종시 재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여러가지 있지만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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