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저희 떠드는 소리가 더 클까 봐 조용히 하고 있어요."
하루 연차를 내면 장장 일주일은 쉴 수 있는 '황금연휴'를 앞둔 29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롯데·신세계 백화점과 면세점을 찾았다.
한 점원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물론이고 따이공(보따리상) 조차 없는 면세점 내에서 굳은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손님이 너무 없으니 직원들끼리 대화하는 소리만 들린다는 얘기다.
백화점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고객이 몰리고 있다. 온화한 날씨 속에 코로나19가 완화 조짐을 보이자 그간 눌러왔던 '보복소비' 심리가 살아난 게 아니냐는 평가다.
서울 명동 롯데면세점 내 중소중견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 중인 중국인 보따리상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4.29 hrgu90@newspim.com |
◆면세점, 시간이 멈춘 듯한 적막...LG생건 '후' 매장만 북적
롯데와 신세계 면세점 명품 매장은 시간이 정지된 듯 멈춰있었다. 한 층에 고객이 한두 명에 불과했고 직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면세점 '보릿고개'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매장 관계자는 "평소 폐점 직전인 저녁 시간에도 이것보단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올해 '노동절 특수'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다. 지난해 중국 노동절 기간(4월 29일~5월 4일) 롯데면세점은 전년 대비 매출이 약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화장품과 패션 카테고리 매출이 40% 급증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같은 기간 매출 신장률이 동일했다.
지난해와 달리 유커 규모는 역대 최저점을 찍을 예정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노동절 연휴 기간 방한 유커 수는 전년 대비 70% 증가한 수준이었다. 반면 올해는 지난 3월 한 달 방한 유커 수가 90%가 급감한 데 이어 이달에도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평소 따이공으로 북적이던 수입 화장품 매장도 한산했다. 오히려 롯데면세점의 경우 중소중견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서 서너명의 따이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네오젠, 샹프리, 마녀공장 등 제품을 꼼꼼히 따지며 구매 중이었다. 안내 중이던 점원은 "오늘은 그래도 다른 때보다는 중국인 고객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화장품 판매 층도 손님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직원들뿐이었다. 다만 '후' 매장은 얼핏 봐도 30개는 되는 화장품 박스를 카트에 쌓고 있는 따이공들로 북적였다. 공진향, 천기단 제품이었다. 매장 직원은 "모두 판매된 제품이라 반출하고 있는 상태"라며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 이 수준으로 팔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명동 신세계면세점 내 화장품 '후' 매장에서 제품을 대량 구매중인 중국인 보따리상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4.29 hrgu90@newspim.com |
◆백화점, 코로나 이후 첫 활기...명품 매장은 오히려 한산
면세점과 불과 한 층 떨어진 백화점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고객이 아예 없는 매장이 절반, 한두명 수준인 매장이 절반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론 이조차 보기 드문 풍경이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한 달 전만 해도 고객보다 점원이 더 많았는데, 오늘은 점원과 고객이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연령층도 고르게 있었다. 화장품을 판매하는 1층에서는 '설화수'나 '후'를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제품 상담을 받고 있는 중년 여성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수입 브랜드 매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2030세대는 스포츠 브랜드 매장과 주방가전 매장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의류 매장은 면세점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모여 있는 고객들은 카페테리아 코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뿐이었으며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둘러보는 고객이 없었다. 남성복 매장은 전혀 없다시피 했다. 여성케주얼 매장에서 근무 중인 직원은 "5월 어버이날이 다가오면서 모녀 단위 고객이 그나마 생겼다"고 말했다.
신세계, 롯데백화점 명품관은 상대적으로 고객이 적었다. 까르띠에, 루이비통, 구찌 등 브랜드 매장은 고객이 없었으며, 유일하게 샤넬 매장만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으로 북적였다. 중국인 고객보다 혼수를 준비하는 듯한 한국인 고객이 더 많았다. 매장 직원은 "항상 손님이 많은데 오히려 오늘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은 소비심리가 살아난 것으로 기대 중이나 노동절 효과는 자신 없어 했다. 작년 노동절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매출이 32% 늘었으며, 현대백화점은 28%, 롯데백화점은 7% 늘었다. 해외 명품이 30~40% 늘어나면서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작년에는 중국과 관계가 좋아 노동절 특수를 누렸지만 올해는 기대하기 힘들 듯하다"라고 말했다.
서울 명동 신세계면세점 내 '설화수' 매장에서 중년 여성들이 제품 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4.29 hrgu90@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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