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이 3일 우리 군의 중부전선 감시초소(GP)에 총탄 수발을 발사했다. 단순 오발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개활동을 시작한지 불과 이틀만이라 의도적 도발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합참 "9·19 남북군사분야합의 위반 맞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41분께 북한이 발사한 총탄 수발이 중부전선의 우리 군 GP 내에 피탄됐다.
군은 피탄을 인지한 직후 매뉴얼에 따라 즉각 대응했다. 현장 지휘관의 판단 하에 북측에 경고방송과 10여발씩 2회에 거쳐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지난해 2월 13일 강원도 고성 DMZ에서 '9.19군사합의' 이행에 따라 시범 철수된 고성GP가 공개 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사진=뉴스핌 DB] |
군은 정확한 상황 파악과 추가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군통신선을 통해 북측과 연락을 시도 중에 있다. 하지만 북측의 응답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오전 9시35분께 남북 장성급 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 명의로 대북 전통문을 발송했다"며 "북측에서 상황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고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단 답변은) 아직 안 왔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북측의 총격으로 인한 우리 측 인원·장비에 대한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남북이 채택한 9.19 군사분야합의를 명백히 위반한 사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합참 관계자도 "북측의 행위는 (지상·해상·공중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도록 한) 군사합의 위반"이라면서도 "하지만 의도성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순 오발인지 아니면 의도성이 있는 도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건강이상설'에 휩싸였던 김 위원장은 몸소 준공테이프를 끊는 등 건재함을 과시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캡쳐] |
◆ 北, 김정은 공개활동 이틀만에 GP 사격…'오발 or 고의 사격' 확인 여부가 핵심
단 합참 내부에서는 오발 쪽에 무게를 싣는 기류가 감지되는 모양새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에 시계가 1㎞ 내외로 상당히 안 좋았고 안개가 짙게 끼어있었다"며 "또한 통상적으로 당시 시간대가 북측의 근무교대 이후 화기 등 장비 점검이 이뤄지는 시간대 였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상황 발생 직후에도 북측 GP 인근 영농지역에서 일상적인 영농활동이 지속 식별되고 있다"며 "현재까지도 북측의 동향은 일상적인 활동 외에 특이활동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측) GP가 보유하고 있는 화기로 유효사거리 내에서 도발하는 것이 일방적인 양상"이라며 "하지만 상대적으로 우리 GP가 높고 북측은 낮다. 표차도 나고 거리도 원거리에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북한의 이번 GP 사격은 공교롭게도 지난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을 통해 '잠행'을 끝낸지 이틀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는 북측의 '의도성'을 두고 의구심이 증폭되는 이유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와 군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GP 사격이라는 '저강도 도발'을 감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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