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한국은행이 20조원 규모의 회사채 매입 특수법인(SPV)에 자금을 빌려줄 뿐 아니라 지원대상 심사에도 나설 전망이다.
8일 복수의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 한은은 SPV에서 매입 회사채를 가려낼 의사결정기구인 자금 운용심의위에 심의위원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심의위는 회사채 매입 조건을 정해 지원대상을 가려내는 역할을 한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서울 중구 한국은행. 2019.03.29 alwaysame@newspim.com |
정부는 지난달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저신용등급 회사채를 매입하는 기구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정부 지원을 받아 SPV를 세우면 한은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게 기본 골자다. 한은은 SPV에 직접대출 혹은, 산업은행을 통해 우회 대출을 통해 자금을 댈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SPV에 직접 대출을 해줄 경우 영리기업 여신에 해당돼 한은법에 따라 한은이 조사, 확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심의는 별도 조직을 만들어 진행할 수 있고 관련부서가 맡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SPV 직접대출은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으로 한은법 80조를 근거로 시행된다. 80조에 따르면 65조를 준용하는데, 영리기업에 여신을 해줄 경우 한은은 대상기관의 업무와 재산상황을 조사, 확인할 책임이 있다.
한은이 산은을 통한 우회대출을 할 경우에도 조사 업무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 대상 대출은 법적으로 일반적 여신 업무로 취급돼 한은이 조사 업무를 하지않아도 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산은에 대출을 해주더라도 완전히 SPV 운영에 손뗄수 있는건 아니다"라며 "다만 직접 SPV에 여신해줄 때와 달리 산은은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심의 방식이)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 2009년 '은행자본확충펀드' 운영 당시에도 한은은 산은에 우회대출을 실시했는데, 당시 펀드 운영위원회에 참가해 매입 조건을 결정했다.
대상기관 심사는 당초 시장 예상에 비해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우량채를 다루는 채권안정펀드 조차 까다롭게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비우량채 매입이 소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따라서 SPV의 실제 가동까진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팀장은 "상위등급은 이미 채안펀드를 비롯해 여러 대책으로 많이 안정됐다. 그러다보니 하위등급이 소외된다는 얘기가 나와 SPV를 통한 회사채 매입 방안이 나온건데 하위등급을 다루기 때문에 손실을 아예 안볼 수 없다. 운영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려 할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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