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나 지난 2017년 결국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에게 미국의 은행 3곳에 예치된 북한 관련 자금 2379만달러(약 291억원)의 구체 정보가 공개된다.
미국 내 북한 자금에 대한 추적이 본격화되면서 실제 웜비어 가족들이 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2일 "미 워싱턴D.C 연방법원이 11일 북한 관련 자금을 보유한 미국의 은행 3곳에 대한 '보호명령(protective order)'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오토 웜비어[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에 따라 '웰스파고'와 'JP모건 체이스', '뉴욕멜론'이 보유한 북한 관련 자금 2379만달러의 세부 정보가 웜비어 가족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웜비어의 모친인 신디 웜비어는 지난 8일 법원에 '보호명령'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북한 관련 자금을 보유한 은행으로 이들 3곳을 지목했다.
요청서에 따르면 웜비어 측 변호인은 지난 2월 이들 은행들에 북한 관련 자산을 공개해 줄 것을 요구해 동의를 얻어냈다.
단 은행들은 관련 정보가 고객들의 비밀정보를 누설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만큼 법원의 명령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에 따라 웜비어 측이 은행들에 대한 법적 보호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제출해 이번에 허가를 받은 것이다.
북한 관련 자산은 JP모건 체이서가 대북제재법에 의거해 1757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웰스파고는 동결 자금 297만달러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법 위반 자금 7만달러 등 총 301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뉴욕멜론은 총 321만 달러를 북한 자금으로 명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와 어머니 신디 웜비어 씨를 소개하자 청중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웜비어 측은 이들 은행들이 관련 자금의 계좌번호와 소유주, 주소 등을 비롯해 해당 자금이 예치되게 된 배경 등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은행들은 조만간 관련 정보를 웜비어 측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웜비어 가족의 변호인들이 재무부에 의해 동결된 북한 자금 찾기에 나선 것"이라며 "북한 정권과 북한의 기관 소유 계좌의 자금을 회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스탠튼 변호사는 "웜비어 가족이 자동적으로 해당 계좌의 돈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자금이 이체될 때 제3자 개입 여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조언했다.
오토 웜비어는 지난 2015년 북한 관광에 나섰다가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북측으로부터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복역 중 혼수상태에 빠져 2017년 6월 미국으로 송환됐지만 엿새 만에 숨졌다.
웜비어 부부는 이에 지난 2018년 4월 아들이 북한의 고문으로 사망했다며 미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5억114만 달러의 승소 판결을 받았다.
웜비어 부부는 또한 북한 자산에 대한 추적에 나서, 지난해 미국이 대북 제재 위반을 이유로 압류해 매각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기도 했다.
한편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테러범 자산 연례 보고서'에서 2018년을 기준으로 미국 내 북한 자산 총 7436만 달러를 동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자산이 어떤 형태로 미국에 존재하는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번 웜비어 측의 법원 문건을 통해 최소 3개 은행에 일부 자금이 예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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