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된 이태원 클럽이 성 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클럽으로 알려지면서 코로나19 검사 기피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일명 '아우팅'(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 접촉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고 숨을 경우 2차 웨이브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2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날 클럽에 방문했던 사람들은 절대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지 말라", "팬데믹이 올 경우 동선 공개도 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리길 바라라" 등 사실상 코로나19 검사를 거부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올라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2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클럽거리가 한산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확인된 이태원 클럽 확진자는 최소 94명이다. 2020.05.12 pangbin@newspim.com |
이번 집단감염의 초기 발병자로 추정되는 경기 용인시 66번 확진자가 지난 1일과 2일 방문한 이태원 클럽이 성 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클럽으로 알려지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이 강제로 밝혀지는 아우팅 공포가 확산되는 것이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확진자 수는 12일 오전 기준 전국 101명에 달한다. 서울에서만 6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는 서울에서 발생한 최대 집단감염 사례인 구로구 콜센터 관련(9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꺼려 대규모 집단감염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성 소수자들 사이에서 은밀히 공유되던 집결지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당시 클럽을 방문했던 이들의 '아우팅 공포'를 한층 키우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 소수자들 전용 찜질방, 클럽뿐만 아니라 헬스클럽과 수면실이 겸비된 일명 '휴게텔' 등의 상호가 사진과 함께 거론되고 있다.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증)'가 확산하면서 성 소수자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하고 있는 것도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를 키우는 이유 중 하나다. 일부 네티즌들은 "저 XX들 강제노역 시켜서 재난 지원금에 보태야 한다", "뇌에 뭐가 들었냐", "폭탄 던지고 싶다" 등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원색적인 비난과 따가운 시선이 코로나19 검사 비협조로 귀결되는 움직임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태원에 있는 킹, 트렁크, 퀸, 힘, 소호 등 5개 클럽에 방문한 인원은 총 5517명이다. 이중 연락이 두절돼 신원과 소재지가 파악되지 않은 인원은 3112명에 달한다.
성 소수자들에게 여론의 비판이 집중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섰지만 익명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역부족인 상황이다.
정 총리는 지난 10일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적어도 방역의 관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접촉자가 비난을 두려워해 진단검사를 기피하게 되면 그 피해는 우리 사회 전체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친구사이 등 성 소수자 단체들은 긴급대책본부를 출범하고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이들은 "지자체들은 방문 자체로 인한 불이익은 없다고 약속하면서도 미신고로 인한 사안 발생 시 엄중 문책을 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라며 "성 소수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거나 동선이 공개되고 신상이 노출되면 일터의 차별과 가정폭력에 노출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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