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최근 미국 주식펀드의 자금 유출과 채권펀드의 매수 열기가 두드러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회사채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에 돌입하자 월가의 개미들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채권 상장지수펀드(ETF)가 강한 상승 기염을 토하는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개입'에 따른 시장 교란을 우려하고 있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12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한 주 사이 주식펀드에서 93억달러에 달하는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반면 하이일드본드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6주 사이 320억달러에 달했다.
이와 별도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용 ETF로 최근 한 주 사이 24억달러의 유동성이 홍수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과 채권 상품의 상반되는 움직임은 연준의 회사채 매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연준은 이날 회사채 매입에 본격 뛰어들었다.
지난 3월 공식 발표 이후 회사채 발행이 봇물을 이룬 가운데 행동에 나선 셈이다. 정책자들은 우량 회사채 이외에 BBB 등급에서 정크로 강등된 소위 '추락 천사'와 관련 ETF도 사들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준의 '사자'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이미 채권시장은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투자등급 채권의 스프레드가 370bp(1bp=0.01%포인트)에서 210bp로 크게 좁혀진 것.
주식과 채권 펀드의 상반되는 유동성 흐름은 이제 시작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아부스노트 라담 앤 코의 그렉 퍼던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한편 투자등급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다"며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채권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투자등급 회사채의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지만 이른바 '중앙은행 풋'에 따른 효과가 기대된다는 얘기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충격을 앞세워 배당을 축소하거나 폐지했고, 이 때문에 회사채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까미낙의 케빈 토젯 전략가는 "일부 회사채는 주식의 장기 수익률에 상응하는 금리를 제공한다"며 "상장 기업들의 배당 취소가 시중 자금을 신용시장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2% 내외로 급락한 가운데 채권 ETF는 상승 날개를 펼쳤다. 업계에 따르면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ETF가 1% 가량 상승, 1개월래 최대 폭으로 올랐다. 뱅가드 중기 회사채 ETF가 0.5% 뛰었다.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의 앤드리 쿠즈네토스프 신용 포트폴리오 매이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연준 효과는 앞으로 채권 매입 속도와 규모에 달렸다"며 "회사채 시장의 훈풍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정책자들이 강력한 시장 개입 의지를 확인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시장 왜곡을 경고하고 있다. 연준의 전례 없는 회사채와 ETF 매입이 채권 발행 및 유통시장의 버블을 일으킬 것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기업 펀더멘털과 채권 수익률의 괴리가 위험 수위로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경제 자문관은 연준의 정크본드 매입이 좀비 기업을 양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역시 이달 초 화상으로 이뤄진 주주총회에서 연준의 회사채 매입이 심각한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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