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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회계 논란 근원은 '외부감사'…국내 공익법인 절반 이상 '제외'

기사등록 : 2020-05-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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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 10개 중 6개는 외부 감사 안 받아
자산 100억원이 기준…영국 42억원 넘으면 감사받아야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의혹 제기로 촉발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투명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느슨한 국내 공익법인 외부감사 제도가 이번 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부금 제도가 발달한 해외 선진국의 경우 시민단체나 비영리기구(NGO)가 외부감사를 받도록 유도해 투명성을 높인 반면 국내의 경우 공익법인의 절반 이상이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국내 상황에 맞춰 정부의 감시 기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14일 국세청과 민간비영리단체 정보를 제공하는 한국가이드스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세청 공시 공익법인 9663개 중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법인은 5849개다. 공익법인 10개 중 6개는 외부감사를 받지 않은 것이다. 공익법인은 사회복지와 교육, 장학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대표적으로 시민단체가 꼽힌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올해부터 연간 총수입이 50억원을 넘거나 연간 기부금 20억원을 넘는 공익법인은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반드시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는 자산 100억원 넘는 공익법인만 의무 감사 대상이었다.

지난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정의연은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정의연 총자산은 약 21억원이고 기부금 수익도 약 8억원으로 기준에 못 미쳐서다. 정의연이 이번 논란과 관련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과를 하면서도 후원금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한 이유다. 정의연은 당시 "모금액이 100억원 이상인 단체만 외부 회계 감사를 받는다"면서 "정의연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변호사와 회계법인을 통해 내부감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의연은 "공신력 있는 외부 공인회계사들에게 기부금 사용 내역에 검증을 받겠다"며 "이를 통해 기부금 사용과 관련된 불필요한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39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5.13 mironj19@newspim.com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정의연은 그간 변호사와 회계법인을 통해 내부감사를 받아 왔다고 한다. 회계 자료를 자체적으로 작성하고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다. 공개 자료는 제3자인 외부 감사인의 검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는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주요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시민단체 회계 투명성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의연이나 참여연대 등 외부감사를 받지 않은 시민단체라도 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문가 자문을 받아서 회계 처리를 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달리 기부 문화가 정착한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공익법인 의무 외부감사 기준이 높다. 미국에서는 시민단체가 연간 정부 보조금으로 약 9억2000만원(75만 달러)을 받을 경우 반드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또 연간 총수입이 약 3억원(25만 달러)만 넘어도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영국에서는 연간 수입이 약 7억5000만원(50만 파운드)을 넘는 시민단체는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또 자산 약 42억원(280만 파운드) 초과·수입액 약 1억5000만원(10만 파운드) 초과하는 경우에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가이드스타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공익법인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의무 공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며 "정의연의 실수든 고의든 제3자에게 외부 회계 감사를 받지 못한 결과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민단체에 대한 관리 및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부 문화가 정착하지 않은 국내 상황상 외국과 같은 외부감사 의무제보다는 국세청 등 주무부처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외부감사도 결국 비용 부담"이라며 "정부가 (외부감사 비용) 보조금을 주는 방법도 적절하지 않고 이렇게 하는 국가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주무관청인 국세청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인력 문제로 국세청이 직접하기 어렵다면 공인회계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꾸려서 정기적으로 시민단체에 자문해주도록 하는 것도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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