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정부가 지난 2016년 60세로 정년을 연장한 이후 고령층의 일자리는 증가한 반면 청년층 일자리는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존에 정년이 낮았거나 규모가 큰 사업체일수록 이러한 효과가 집중됐다.
14일 한국경제연구원(KDI)은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게 될 근로자가 1명 많을 경우 고령층 고용은 0.6명 증가하고 청년층 고용은 0.2명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고령자고용법을 개정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60세 이상 정년을 의무화했다. 개정사항은 사업체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됐으며,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은 2016년 1월 1일부터, 그 외 사업장 및 국가·지방자치단체는 2017년 1월 1일부터 개정 내용이 적용됐다.
정년 연장이 고령층 고용에 미치는 영향 [자료=한국경제연구원] 2020.05.14 onjunge02@newspim.com |
보고서는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 DB(2013년 3월~2019년 3월)를 활용해 사업체 단위 패널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 도입의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일어난 제도적 변화의 효과를 평가함으로써 향후 정년 연장의 효과를 전망하기 위해서다.
분석 결과 민간사업체(10~999인)에서 정년 연장의 예상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고령층(55~60세) 고용은 약 0.6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고용 증가효과는 규모가 큰 사업체(100인 이상)와 규모가 작은 사업체(10인 이상 100인 미만) 모두에서 나타나지만, 규모가 큰 사업체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정년 연장으로 인한 고령층 고용 증가효과가 1명 미만인 것에 대해 "정년 연장의 수혜자라고 해서 반드시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은 아니므로 추정치가 1보다 작을 수 있다"며 "예컨대 명예퇴직으로 정년 이전에 조기퇴직할 수 있으며 건강이나 가족의 이유 등으로 인한 자발적 퇴직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간사업체에서 정년 연장의 예상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청년층(15~29세) 고용은 약 0.2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큰 사업체(100인 이상)에서 청년 고용의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100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 추정치는 크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작았다.
또한 정년 연장이 청년층 고용에 미친 영향을 기존 정년별로 분석한 결과 정년 연장의 폭이 컸던 사업장의 경우 청년 고용의 감소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기존 정년이 55세 또는 그 이하였던 경우에는 청년 고용이 0.4명 감소했으며, 정년이 58세 또는 그 이상이었던 경우에는 청년 고용이 거의 줄지 않았다.
정년 연장이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영향 [자료=한국경제연구원] 2020.05.14 onjunge02@newspim.com |
공공기관의 경우 정년 연장 이후 고령층 고용과 청년 고용이 동시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에서도 제도 변화 이전에 정년 연장의 대상자가 많은 사업체에서 제도 변화 이후 고령층 고용이 크게 증가했으나, 동일한 사업체에서 청년층 고용도 크게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은 이는 공공기관의 경우 제도 변화 이전부터 이미 청년 미취업자 고용 의무가 부과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경우 일정 연령 이상 고용 보장을 전제로 임금체계를 조정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가 2015년부터 전체 공공부문으로 확대 시행돼 정년 연장의 효과가 작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보고서는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있지만 정년 연장의 시행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정년을 한 번에 큰 폭으로 증가시키는 방식은 민간기업에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해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충분히 긴 기간에 걸쳐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소규모 사업체에서는 조기퇴직이나 권고사직 등이 보다 시행되는 것으로 판단되며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겨우 제도적 정년 연장과는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고령층의 특수한 필요에 부합하는 고용서비스 제공과 일자리 창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onjunge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