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이 창사 이래 최초로 이종 사업인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다.
현대백화점과 면세점 채널을 적극 활용하며 경쟁사 신세계인터내셔날처럼 사업다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왜 화장품 사업 뛰어드나...실적 정체 극복·신세계인터에 자극
18일 한섬은 지난 12일 화장품 업체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의 지분 51%를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인수가는 약 100억원대로 알려졌으며 향후 추가 지분 인수 가능성도 높다. 한섬이 패션 외에 이종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7년 창사 이후 최초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5.15 hrgu90@newspim.com |
한섬이 화장품 사업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지난해 예고된 사항이다.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한섬은 사업목적사항 정관에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추가한 바 있다. 대신에 본래 사업목적 중 하나였던 신용카드업을 삭제했다.
한섬이 화장품 사업에 손을 댄 이유는 실적 정체 탓이다. 지난해 한섬의 영업이익률은 8.5%로 동종 업계 대비 높은 수준이다. 다만 2017년 영업이익이 급감한 뒤로 2015~2016년 기록한 10%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업화각화 성공은 큰 자극제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세계인터는 2012년 '비디비치'를 60억원에 인수하며 코스메틱 사업부문을 신설했다. 당시 19억원에 불과했던 비디비치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2100억원까지 늘어났다.
비디비치는 2018년 말 론칭한 '연작'과 더불어 실적 기여를 톡톡히 하고 있다. 신세계인터 코스메틱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비중은 2017년 20%에서 2018년 79%, 지난해 81%로 늘어났다. 마진이 많이 남는 화장품 사업 특성 덕에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률도 18.6%에 달했다.
◆현대 유통 채널 활용 긍정적...해외 온라인 플랫폼 확장 관건
한섬의 첫 작품은 신세계인터와 동일한 '고가 스킨케어' 화장품이다. 국내 1조5000억원 규모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은 매년 10%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섬은 코스메슈티컬(화장품에 의약 성분을 더한 기능성 화장품) 분야에 집중해 내년 초 새 브랜드를 론칭한다.
현대백화점 계열사인 한섬이 현대의 유통 채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한섬은 내년 초 브랜드 론칭 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여의도점 등 주요 백화점 매장에서 우선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면세점 채널도 활용한다. 신세계인터가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면세점을 통해 브랜드 내수 확장에 집중한 것과 같은 이치다. 신세계면세점 대비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업력이 짧지만 동대문점 개점에 이어 오는 9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오픈하는 등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에 국내 백화점 및 면세점 채널에서 인지도를 쌓아야 한다"며 "국내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입지를 쌓으면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면서 해외 채널에서 먼저 입점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관건은 해외 온라인 채널에 얼마나 입점하느냐다. 특히 중국 소비자를 겨냥하기 위해 온라인 채널 입점은 필수적이다. 신세계인터의 경우 비디비치와 연작 모두 면세점을 제외하고는 해외 오프라인 판매 채널이 없다.
신세계인터는 지난해 초 중국의 대표적인 바이럴 마케팅 채널인 샤오홍슈와 온라인 역직구 채널인 티몰 글로벌에 입점했다. 티몰, 징동닷컴, 샤오홍슈 순으로 매출이 많다. 특히 비디비치는 지난 3월 티몰 글로벌관에 이어 내수관에도 입점했다. 내수관은 글로벌관 대비 매출 규모가 3배 이상 많다.
한섬 관계자는 "패션과 화장품 사업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차별화된 제품 개발 능력과 고도의 제품생산 노하우 등 핵심 경쟁 요소가 비슷하다"면서 "한섬이 그동안 패션사업을 통해 쌓아온 '고품격 이미지'를 화장품 사업에 접목할 경우 브랜드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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