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저와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한테는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 좋죠. 그런데 지금 상황은 많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코로나19 때문에 경제 상황이 안 좋잖아요."
서울 영등포구 소재 S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이모(22·여) 씨에게 내년 최저임금 인상 기대 수준을 묻자 이 같이 말했다. 매일 아침 8시 출근해서 오후 4시까지 편의점에서 일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이씨는 "주변에 있는 알바들 얘기를 들어보면 벌써부터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이거나 자르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듬해 최저임금 인상폭을 논의할 시기가 돌아오는 가운데 아르바이트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은 대폭 올랐으면 하는 게 솔직한 속내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가 곤두박질하는 상황이라 지금 있는 일자리도 위태위태하기 때문이다.
18일 PC방과 편의점, 커피숍 등 대표적인 비정규직으로 꼽히는 일일 아르바이트생들은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올해보다 소폭 오르거나 동결을 예상했다. 체감 경기상 코로나19 여파로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하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사진=뉴스핌DB] |
서울 소재 E 커피숍에서 일하는 취업 준비생 조모(28·여) 씨는 "내년 최저임금이 9000원 중반대까지 올랐으면 한다"면서도 "코로나19 때문에 이렇게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P 빵집에서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하는 김모(30대·여) 씨는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 오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씨는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경기가 안 좋아서 있던 아르바이트생도 자른(해고)다고 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유치원 선생을 그만둔 친구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은커녕 2022년까지 시급 1만원 달성도 어렵다는 비관적 인식도 팽배하다. 그만큼 향후 경기 회복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2.9% 오른 8590원이다. 2022년 1만원에 도달하려면 남은 2년 동안 최저임금은 연간 7.9%씩 뛰어야 한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PC방 아르바이트생인 최모(34) 씨는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 내지 소폭 인상 정도로 본다"며 "코로나19와 경제 등 여러 요소를 보면 2022년까지 1만원 달성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G 편의점에서 일하는 신모(32·여) 씨는 "(최저임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라며 "동결할 것 같다"고 했다.
2010~2020년 최저임금 추이 |
최저임금위원회는 빠르면 이달 말 또는 내달 초부터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 대표 9명과 사용자 대표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꾸려진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한 이듬해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전달된 후 고시된다. 최저임금법상 고용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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