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이 2020년판 외교청서에서 대만에 대한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일본 외무성은 19일 서면 각의에 보고한 2020년판 외교청서에서 대만에 대해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기술했다. 지난해 반 페이지 정도였던 분량도 1페이지로 두 배 늘렸다.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의 대만 옵저버 참가를 "일관되게 지지해 오고 있다"는 기술도 추가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아베 정권에서 대만을 중시해 왔던 연장선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2012년 외교청서까지는 대만을 '중요한 지역'으로 기술해 왔다. 2차 아베 정권이 출범한 2013년에는 '중요한 파트너'로 격상했다. 이후 2015년부터는 '기본적 가치를 공유' 또는 '소중한 친구'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일본과 미국에게 있어 대만은 해양 진출에 힘을 쏟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존재다. 반도체 산업이나 관광 등 경제적 유대도 강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 연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대중 관계에서도 개선된 모습
대중 관계에서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청서는 이번에 새로 중국에 대해 "신시대의 성숙한 중일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란 표현을 추가했다.
'중일 신시대'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해 12월 베이징(北京) 정상회담 당시 협력을 확인하며 사용한 말이다. 시 주석은 당초 올 봄 일본에 방문할 예정이었으며, 양국은 새로운 관계를 정의하는 '제5의 정치 문서'도 검토했다.
앞서 중국과 일본은 국교정상화를 확인했던 1972년 중일공동성명 이래 중일평화우호조약(1978년), 중일공동선언(1998년), 중일공동성명(2008년) 등 4차례 정치 문서를 주고받았다.
중국에 대해서는 또한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큰 책임을 갖고 있다"며 "책임을 다할 것을 국제사회 등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관련해서는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 4개 섬(북방영토)에 대해 "일본이 주권을 갖고 있는 섬들"이라고 명기했다. 2019년판에서는 "북방 4개 섬은 일본에 귀속한다"는 기술을 삭제했었다.
지지통신은 "북방 4개 섬은 2차 세계대전 결과 자국 영토가 됐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반론함과 동시에 국내 보수층 등의 반반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도 "북방 4개 섬의 귀속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명시하며, 러일평화조약 체결에 대한 기대감을 청서에 담았다.
[베이징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베이징(北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12.24 goldendog@newspim.com |
◆ 한국, 3년 만에 '중요한 이웃 나라' 부활
한국에 대해서는 2017년 이후 3년 만에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2017년판 외교청서에서는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규정했지만, 2018년판과 2019년판에서는 이 표현을 삭제했었다.
3년 만에 한국을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규정했지만,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이란 표현은 포함하지 않아 2017년과는 다소 차이를 나타냈다.
한편, 독도에 대해서는 "다케시마(竹島, 일본 측이 부르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더라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하게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기술을 반복했다. 나아가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아무 근거 없이 다케시마에 대한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 통고 등을 열거하며 "한국 측에 의한 부정적인 움직임이 멈추지 않고 있어 한일 관계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총괄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적하며 "일본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납치문제 해결 없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미일 관계는 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공고하다"며, 지난해 표현에 '사상'이라는 말을 추가했다.
일본의 외교청서는 국제 정세나 외교에 대한 일본 정부의 현상 인식과 방침을 나타내는 것으로 1957년 이후 매년 발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12.24 Kyodo/via REUTERS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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