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AI 인공지능 로봇이 음식점 매장 플로어에서 열심히 음식을 실어나른다. 운행중 간혹 손님이나 직원들과 마주치지만 요리 조리 피해 용케도 자신의 목적지를 잘도 찾아다닌다. 식당 직원및 손님들과 상호 인사및 간단한 얘기도 몇마디 주고 받는다'.
5월 16일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진후이(金滙)로에 있는 훠궈(火鍋, 중국식 샤브샤브) 체인점 하이디라오(海底捞) 매장. 주말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인데 매장안에는 거의 모든 자리가 가득 찼고 매장을 오가는 로봇 직원들의 '발걸음'도 그만큼 분주하다.
전자 매뉴판으로 음식을 주문한 뒤 웨이신(微信, 위챗) 페이로 결제를 하고나자 조금 후 로봇 직원이 훠궈 재료를 날라왔다. 로봇 직원은 식당 주방에서 음식을 고객 식탁 옆으로 날라오는 일을 한다. 로봇은 감응 센서에 의해 전자동으로 움직인다. 아직은 단순 업무수행을 하는 정도지만 지금처럼 바쁜 때 일손을 더는데 더할나위 없이 고마운 '동료' 라고 매장 직원은 소개했다.
중국은 IT 모바일 신기술의 상업화 응용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중 하나다. 빅데이터와 5G, AI 등에 기반한 뉴비즈니스 신경제도 가장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한국은 IT 강국, 모바일 후진국. 한국에 비해 중국은 IT 후진국, 모바일 강국'. 몇년전 한중 IT 업계에 통용되던 말이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중국은 지금 'IT 강국이면서 모바일 선진국이다'고 당당히 외치고 있다.
2019년 10월 기자가 뉴스핌 베이징 특파원으로 10년만에 다시 중국에 발을 디뎠을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바일 신기술이 뒷바침하는 중국의 신경제 혁명이었다. 10년 전인 2009년 말 중국 상황을 돌아보니 IT 신기술에 의해 주민생활에 발생한 천지개벽의 변화가 실감이 난다. 서울서 비행기로 두시간 가량 이동했을 뿐인데 모바일 신기술에 의한 핀테크와 공유경제, 이를통한 생활 소비 활동은 마치 10년 미래로 달려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과 중국 두나라 사이에 IT 및 모바일 신기술로 구현되는 핀테크 신산업 신경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10년 만에 다시 들어와 기자가 6개월 동안 중국의 IT 신경제 현장을 체험하면서 느낀 것은 한중 두 나라의 모바일 핀테크 공유경제 생태계와 소비활동 등 이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에 하늘과 땅처럼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모바일 핀테크가 아니어도 한국에서는 다소 불편을 감수하면 그럭저럭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거기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훠궈 체인점 하이이디라오의 베이징 스마트 매장 중준(中駿)세계점에 도입된 AI 로봇 매장 직원. 이 '로봇 직원'은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주방에서 식탁까지 정확히 배달해 온다. 2020.05.20 chk@newspim.com |
한국에서 생활할 때 기자의 스마트 폰 활용은 음성 전화 문자 카톡 음악듣기 뉴스 검색 카메라 기능 등이 고작이었다. 대중 교통과 음식점 이용을 비롯한 대부분 서비스 소비 결재는 신용카드와 현금으로 이뤄졌다.
유달리 디지털 기술에 친숙하지 못한 때문이기도 했지만 굳이 모바일이 아니어도 활동에 큰 지장이 없는 사회 환경적 영향 탓도 컸다. 하지만 반년전 중국에 온 후 이후로는 소비 결제를 비롯해 일상적 활동이 죄다 스마트폰으로 이뤄졌다.
전기 가스료 등 공공요금 음식점과 일반 상점 결제는 물론 핀둬둬와 징둥 타오바오와 같은 온라인 구매, O2O 음식배달 등이 생활화됐다. 공유경제의 대명사인 디디(滴滴) 공유 택시와 공유 자전거, 지하철과 버스 모두 모바일 앱을 통해 이용해야 한다.
당국이 부여한 스마트폰 '젠캉 바오(建康寶)건강 증명앱'으로 코로나19와 무관하다는 걸 증명하지 않으면 대부분 기업과 기관 건물에 출입할 수 없다. 중국 디지털 신경제 생태계는 컴맹은 그런대로 적당히 버틸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스마트폰 모바일 문외한은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는 세상이다.
개인간의 금전 수수 심지어 아파트 임차료도 모두 웨이신 홍바오 즈푸바오로 결제한다. 스마트폰 앱이 아니면 유료 강연도 들을 수 없고 고궁이나 이화원 공원에도 갈 수 없다. 중국은 스마트 폰과 웨이신, 즈푸바오(支付寶) 결제 시스템이 없으면 단 하루도 생활을 영위하기가 힘든 초 디지털 사회로 모습이 변했다.
중국 생활 6개월이 됐는데 은행에 갈 일이 없고 현금을 만져본 기억이 거의 없다. 현금은 어느새 경제활동에서 천덕꾸러기가 됐다.
갑과 을 사이의 거래에서 갑이 을에게 현금을 건넨다. 을이 '현금이네요'라고 중얼거리며 마뜩치 않아하는 표정을 짖는다. 그런 을에게 갑은 '왜요 현금 어때서요, 현금은 돈이 아닌가" 라고 말하며 건넨 돈을 다시 회수하려는 시늉을 한다.
최근 도시 생활을 다룬 중국 TV 드라마 주인공들의 대화 한토막이다. '현금은 돈이 아니냐는 얘기는 말그대로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런 말도 안되는 말이 말이 되는 세상이 됐다. 현금이 얼마나 푸대접을 받고, 중국의 무현금 사회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실감케하는 대목이다. '다음 세대는 화폐가 뭔지 모를 것'이라는 애플 최고 경영자 팀 쿡의 예언이 과장되게 들리지 않는다. <하편에 계속>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