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가수 고(故) 김광석 씨 아내 서해순 씨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발뉴스 기자 이상호 씨 사건의 재판부가 국민참여 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씨의 입장을 직접 듣고 결정하겠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10시30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씨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 씨는 이날 불출석했다.
[사진=뉴스핌]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 |
재판부는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본격적으로 완비된 국민참여 배심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며 "예외적으로 일부 사건만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 사건은 (국민참여 재판이)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판단을 위해 서증조사도 이뤄져야 하고 모두가 내용을 이해하고 어느 정도 판단이 내려진 상태에서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며 "충분한 심리가 이뤄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구조 자체가 몇 개의 성격이 다른 사건을 포함하고 있다"며 "김광석 씨와 딸의 사망이나 지적재산권 관련 문제는 독립된 사건으로 볼 수 있고, 가장 중요한 영상자료인 영화 '김광석' 자체도 하나의 독립된 사건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말 중요한 핵심 증거만 조사하고 배심원에게는 사전에 설명하는 방법 등도 검토해보려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여러 가지로 진행이 아주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참여 재판 진행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피해자 입장도 중요하다"며 "피해자는 국민참여 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이런 측면들을 고려해 오늘 피고인이 출석하면 의견을 듣고 설득해보려고 했는데 불출석했다"며 "본인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다음 기일을 한 차례 더 준비기일로 진행할테니 피고인이 직접 나와 의사를 밝힐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기일에는 국민참여 재판에 대한 이 씨의 입장을 들은 뒤 제출된 증거 의견을 듣고 향후 재판 계획을 논의하는 등 절차가 진행될 계획이다.
앞서 이 씨 측은 지난달 1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사건을 국민참여 재판으로 진행되길 원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에 검찰은 이미 사실관계가 알려져 배심원이 예단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했다. 재판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한 법정에 다수의 인원이 몰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영화 '김광석'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서 씨가 김 씨와 영아를 살해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해 서 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서 씨를 '악마'라고 지칭하는 등 모욕한 혐의도 있다.
한편 이 씨는 지난 1월 서 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명예를 훼손한 책임이 인정돼 1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 씨의 다음 재판은 6월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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