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가겠다고 공언하면서 미래통합당 안에서는 격분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국 조직위원장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모든 상임위원회를 다 가져갈 거면 의원도 다 가져가지 그러냐"며 "국회를 없는 상태로 만들자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그는 "의석 비율대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누는 관례는 지금의 여당이 야당일 때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라며 "그래놓고 지금 다 가져가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판단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05.27 leehs@newspim.com |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차라리 국회를 없애라"며 "국회는 헌법상 입법·사법·행정에서 행정을 견제하는 것이 주 임무인데, 똘똘 뭉쳐서 자기들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 그럼 국회를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전 서울 양재동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모두 차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난 26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원구성 협상을 위해 처음 만난 후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절대 과반 정당인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가지고 책임있게 운영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맞는 것"이라며 "13대 이후에 지금까지 여야 간의 의석비에 따라서 상임위원장 수 등을 나눠 갖는 것이 관행화됐는데, 지금까지 운영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결국 발목잡기와 동물국회 혹은 식물국회가 되던 그릇된 관행을 뿌리뽑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선언에 통합당은 즉각 '자중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원구성에 대한 여당 지도부의 도발적인 발언들에 국회가 술렁인다"며 "관례적인 '협상 전략'인지 은연 중 터져나온 '오만의 발로'인지 알 수 없으나 21대 국회의 시작을 국민들이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 수의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고 제1야당의 협치 의지도 이미 확인한 여당 지도부가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두르거나 으름장을 놓는 인상은 새 국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싸움판에 소모말고 협상하자"고 강조했다.
통합당 내부에서는 "법사위·예결위원장직 놓고 밀고 당기기 할 것처럼 하더니 하루 만에 완전히 뒤통수를 쳤다. 민주당이 177석을 무기 삼아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명백한 전쟁 선포"라는 격앙된 반응 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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