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확진자가 물건을 포장해서 배송한 상품이 내가 주문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네요. 쿠팡 새벽 배송 자주 받는데 괜찮을까요?"
쿠팡과 마켓컬리 등 물류센터발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소비자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소비자들은 택배 상자를 손으로 만져도 되냐는 걱정까지 하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택배 배송 과정에서 코로나19가 퍼질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하지만 소비자 사이에 퍼진 공포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택배 물건을 받는 게 불안하다는 소비자 반응이 고구마 줄기처럼 뻗어가고 있다.
휴지와 생수 등 생필품 및 식료품을 쿠팡에서 대량으로 자주 구매한다는 최모(42) 씨는 "며칠 전 택배를 받았는데 집에 안 들이고 마스크를 쓰고 밖에서 뜯었다"며 "집에 아이들도 있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설 명절을 앞둔 29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 택배 상자가 수북이 쌓여 있다. 2019.01.29 leehs@newspim.com |
주부 김모(36) 씨도 "기저귀와 물티슈를 온라인으로 자주 사는데 아이한테 쓰는 것이다 보니 왠지 걱정된다"며 "박스 포장은 현관 밖에서 뜯었다"고 했다. 이어 "상품을 배송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위험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방역당국은 택배를 통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낮게 봤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택배를 수령할 때 바이러스 전파가 이뤄질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방역당국과 비슷한 입장이다. WHO는 "코로나는 편지나 소포와 같은 물체의 표면에 오래 생존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 당부에도 한번 솟아난 소비자들의 의심은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다. '극한의 아르바이트'로 꼽히는 택배 상하차 노동 여건을 생각하면 물류센터에서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수칙이 철저히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생 때 택배 상하차 알바를 했었다는 직장인 신모(36) 씨는 "물류센터는 택배가 쏟아지기 때문에 허리도 제대로 펴고 있기도 어렵다"며 "손 소독제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땀도 계속 나서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기도 쉽지 않다"며 "(물류센터에서) 생각하지 못한 집단감염이 더 퍼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물류센터발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현재 기준 총 70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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