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은행(BOJ)이 올해 안에 일본 주식시장의 가장 '큰 손'이 될 전망이라고 28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코로나19(COVID-19) 대응으로 BOJ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를 늘린 영향이다.
BOJ의 보유자산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 실행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보유자산은 6900조원대, ETF 보유액도 350조원을 넘겼다.
BOJ는 국채 매입을 통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ETF 매입을 통해서는 주가를 방어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BOJ의 자산이 증가할 수록 재무상 리스크는 커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신문은 "BOJ의 손실 리스크가 높아지면 완화정책을 중단하는 '출구전략' 대응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은행 본점 앞을 마스크를 쓴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2020.05.22 goldendog@newspim.com |
전날 발표된 2019년도 결산에서 BOJ가 보유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보유액은 3월 말 기준 전년대비 7.9% 증가한 31조2000억엔(약 358조 7875억원)이었다.
이는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기업 전체 시가총액의 5.8%에 해당한다. 닛세이기초연구소에 따르면 ETF를 통해 BOJ가 10% 이상의 지분을 가진 기업은 3월 말 시점 56개사로 지난해(37개사)를 웃돈다.
현재 일본 국내 주식시장의 최대 보유자는 연금보험료를 운용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이다. 지난해 12월 말 시점 보유액은 약 42조4000억엔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하락의 영향을 받은 3월 말 시점이라면 GPIF와 BOJ의 보유액 차이는 수조엔 정도일 것으로 추측된다.
BOJ가 ETF를 매입하면 주가를 지탱하게 되는 효과가 생긴다. 최근까지 BOJ는 연 6조엔 규모로 ETF를 매입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매입상한은 연 12조엔 규모로 늘어났다. BOJ는 지난 4월만 약 1조2000억엔을 매입했으며 5월도 4000억엔 넘게 매입한 상태다. 이같은 속도라면 올해 안에 GPIF를 꺾고 1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BOJ의 ETF 매입 확대에는 부작용도 있다. 우선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ETF 때문에 BOJ 재무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시장가격이 구입했을 당시의 가격을 웃돌면 평가이익이 되지만, 밑돌 경우엔 평가손실이 된다. 평가손실의 경우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이익을 억누르게 된다.
지난해 2019년 3월 말 기준 BOJ의 평가이익은 약 3조9000억엔이었지만, 올해 3월 말 시점에서는 약 3000억엔으로, 1년새 3조6000억엔이 줄었다.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BOJ 총재는 지난 3월 중순 국회 답변에서 "(당시 주가 수준으로) 평가손실은 2조3000억엔"이라는 추산을 밝혔다. 이후 주가가 회복돼 평가손실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BOJ가 ETF 매입을 늘리면 관(官)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게 된다. 또 BOJ가 언제까지 ETF를 보유하고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만일 BOJ의 ETF 매각은 주가 하락요인이 되기 때문에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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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J 전체 자산 6900조원대…'출구전략' 어려워져
BOJ의 자산은 금융 완화로 인해 크게 증가했다. 2019년도 결산에 따르면 총 자산액은 604조4846억엔(약 6952조2983억원)으로, 전년대비 8.5% 증가했다.
구로다 총재가 2016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시작하기 직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9년도말 BOJ 보유자산의 80% 이상은 국채로 전년 대비 3.4%늘어난 485조엔이었다. BOJ는 국채 매입을 통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완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6년엔 정책의 축을 금리로 바꾸면서, 국채 매입 규모가 더욱 커졌다. 현재는 매입 증가율이 다소 둔화됐지만,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한 신규 매입은 계속되고 있다.
이 외 자산에는 2010년부터 매입하기 시작한 ETF가 있다. BOJ의 ETF 매입 규모는 2013년 연 1조엔으로 늘어난 뒤에도 서서히 증가돼, 2016년부터는 연 6조엔이었다. 코로나19로 세계적인 주가 폭락이 발생한 지난 3월부터는 당분간 매입 규모를 연 12조엔으로 늘렸다.
2019년도 결산에서 이익에 해당하는 잉여금은 1조2952억엔이었다. 이중 대부분인 1조2305억엔은 국고로 들어간다. 다만 한 BOJ 관계자는 "시장의 패닉을 억제한다는 의미에서 ETF 매입은 효과가 있었다"면서도 "재무 리스크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주가급락으로 ETF가 평가손실이 되면 잉여금도 줄게 된다. 이데 신고(井出真吾) 닛세이기초연구소 연구원은 "국고 납부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된다면 BOJ의 금융정책 부작용을 국민이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발행량의 40% 이상을 가져가는 국채도 장래 재무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민간은행이 국채를 매입하게 되면 BOJ에 있는 당좌예금 계좌로 대금이 들어온다. 장래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면 당좌예금에 대한 이자지급 등이 늘어 재무악화 우려가 있다.
일본 정부와 BOJ는 앞서 4년 만에 공동담화를 내는 등 코로나19 대응에서 연대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BOJ는 국채 매입 상한을 사실상 없애 앞으로 국채를 적극 매입할 방침이다.
다만 신문은 "BOJ가 자산을 많이 가질 수록 가격 변동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BOJ의 손실 리스크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이 경우 완화정책을 중단하는 '출구전략' 시 대응이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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