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마스크를 두고 가거나 자리에 버리고 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손으로 만져야 되는데 누가 쓴건지도 모르는걸 손으로 집으려면 솔직히 찝찝하죠"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카페 쓰레기 처리함 쟁반 위에 누군가 버린 마스크가 놓여져 있었다. 2020.05.29 kh10890@newspim.com |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감염 확산과 쿠팡 부천물류센터 관련 확진자까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길거리 등에 함부로 버려진 마스크 처리가 식당·카페 등 근무자들에게는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1시쯤 찾은 광주 동구 금남로4가 인근 카페. 쓰레기 처리함 위에는 마셨던 음료 잔과 함께 버리고 간 마스크가 눈에 띄었다. 쟁반을 정리하던 직원은 맨손으로 마스크를 집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 직원은 "광주에 아무리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일지, 타지역에서 온 사람일지 모르는 상황이라 불안하다"면서도 "그렇다고 이걸 방치하고 놔둘수도 없는 노릇이다"고 하소연 했다.
카페에도 이렇게 마스크를 버리고 가는데 길가에 버려진 마스크는 얼마나 많을지 안봐도 뻔했다. 28일 오후 6시 퇴근 후 약 4시간 동안 무작정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버려진 마스크 개수를 세어보기로 했다.
◆ "마스크는 길거리에 버리고 갑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마스크만큼 많이 버려지는게 마스크 뜯은 포장지다. 길거리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2020.05.29 kh10890@newspim.com |
일부러 쓰레기가 많은 곳이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을 찾아다닌 것도 아니었다. 마스크 얼마나 버려졌나. 한번 찾아볼까라고 마음 먹고 걸어다닌지 5분도 안지나서 버스정류장 인근 화단 옆에서 발견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데 버스를 내리자마자 버리고 간게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환경미화원분들이 매일 같이 청소를 해도 버려지는 이 쓰레기들은 누가, 언제, 어떻게 버렸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얼마 전 SNS에서 본 글이 생각났다. 익명으로 글을 올린 작성자는 "이 마스크에 뭐가 묻었을 줄 알고 집으로 가져와요? 버리고 집 가야죠"
이 작성자처럼 불안함이 확산되면서 길거리에 마스크를 버리는 사람이 많아지자 이 마스크들을 주워야 하는 환경미화원들은 불안함이 늘 엄습하고 있다. 광주 동구의 환경미화원 장모 씨는 "하루에도 버려진 수십장의 마스크를 줍다보니 괜히 기침이라도 하면 전에 주웠던 마스크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 아닌가 걱정부터 된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문의해본 결과 마스크를 줍고 코로나19에 감염된 2차 감염 피해사례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물질 표면에 묻어 있을 가능성은 있어서 반드시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 종량제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4시간 동안 발견된 마스크 34장…화단에는 '장미꽃' 대신 '마스크'가 주렁주렁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4시간 동안 바닥만 보면서 주택가, 번화가 등을 걸어다녔다. 길가에 버려진 마스크는 '광주 구시청', '상무지구' 등에서 많이 발견됐다. 2020.05.29 kh10890@newspim.com |
광주 동구 두암동 주택가부터 시작한 '버려진 마스크 찾기' 체험은 1시간쯤 걷는 동안 주택가에서는 6장, 공원에서는 2장이 발견됐다.
그러다 문득 '광주 구시청', '동명동' 등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를 가보기로 했다. 어떤글에서 "코로나19는 가장 활발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돌아다녀서 확진되는건 가장 힘없고 약한 노인들"이라는 말이 떠올라서다.
목요일 오후 7시쯤이었지만 광주 구시청 술집들은 이미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버리지는 않았겠지만 비교적 다른 거리들보다는 마스크가 많이 버려져 있었다. 한 블럭을 채 지나기도 전에 버려진 마스크가 10장이 넘게 발견 됐으니 말이다.
폐지를 줍고 계시던 한 할아버지는 "전에는 담배꽁초만 많았는데 이제는 마스크를 내팽겨치고 담배도 같이 길거리에 버리고 있다"고 했다.
버려진 마스크 찾기 체험을 끝내고 저녁 10시쯤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무렵 상가들의 화려한 조명들이 아파트 화단 속 장미꽃을 감싸고 있었다(비 노래 참고).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걷느라 지쳐있었는데 기분 전환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장미꽃에 누군가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마스크가 있었다. 부끄러운 민낯이었다.
집에 와서 4시간 동안 길거리에서 발견한 마스크가 몇장이었는지 카메라 앨범을 살펴보니 34장이었다. 아마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이었다면 훨씬 많이 발견되지 않았을까 싶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불 꺼진 무대 위 홀로 남은 '마스크'(비 깡 가사 참고)는 해도해도 너무 했다. 부끄러운 민낯이었다. 2020.05.29 kh10890@newspim.com |
에필로그(epilogue). 마스크를 길거리에 버린 당신에게 묻고 싶다. 최근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와 쿠팡 부천물류센터 관련 확진자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불안함 마음에 마스크를 버리고 갔을 것이다. 어떤 바이러스가 묻어있을지 모르는 마스크는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길가에 버리고 갔겠지만. 당신이 버린 마스크로 인해 누군가 2차 감염이 되고, 그 감염자가 당신과 당신 가족에게 코로나를 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당신의 가족이 소중한만큼 그 마스크를 줍는 사람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족임을 알아달라.
kh108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