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30일 21대 국회가 본격 개원했다. 새로운 국회가 열린 만큼 의원들의 집무실이자 휴게공간으로 사용되는 국회 의원회관도 분주한 이사철을 마쳤다.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의원회관이 배정되면 4년 동안 이동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명당'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과연 21대 국회에서 명당을 차지한 의원들은 누가 있을까.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의 한 의원실 앞에 서적 및 짐들이 놓여있다. 2020.05.04 kilroy023@newspim.com |
◆ '로열층'은 중진 의원들 차지…나이어린 초선들은 서럽다
국회 의원회관 중 의원들의 집무실이 들어가는 층은 3~10층이다. 이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로열층'은 6~8층이다.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은 층수인데다 일부 의원실에서는 국회 본청 앞 넓은 잔디밭과 분수대 전망을 볼 수 있다. 측면의 의원실에서는 한강을 조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류가 변했다.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에 국회 소통관 건물이 새로 지어지면서 시야가 가려 7~9층도 인기가 좋다.
통상 의원실 배정은 선수(選數)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 중진들이 로열층을 주로 배정받는 이유다. 만약 같은 선수에서 선호하는 의원실이 같다면 나이순으로 우선권을 준다.
21대 국회에서도 중진들의 로열층 선호는 여전했다. 국회 잔디와 본청 전망이 가능한 7층 전면부에는 김진표·이낙연·남인순·변재일·주호영 의원 등 무게감 있는 정치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다만 이낙연 의원은 조망보다는 실리를 택했다. 이 의원이 입주한 746호는 국정원 뇌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최경환 전 의원이 사용하던 방이다. 이 의원은 빨리 일하기 위해 공실을 지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8층 전면부에는 박진·이인영 의원 등 중진의원과 함께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내정된 박병석 의원이 자리를 잡았다. 한강 조망권인 측면부에는 국회부의장으로 내정된 김상희 의원과 송영길 의원 등 중진들이 입주했다.
반면 나이가 어린 초선 의원들은 방 배정에 우선권이 없다. 선수도 낮은데다 방 배정 우선 순위 기준인 나이에 있어서도 경쟁력이 없어서다.
의원회관 중 가장 접근하기가 어려운 곳은 10층이다. 그래서 가장 인기가 없다. 공교롭게도 21대 국회에서는 10층에 30대 당선인들이 대부분 배치됐다.
김남국·오영환·장경태·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배현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0대 당선자들은 모두 10층에 방을 잡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외벽에 제21대 국회 개원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2020.05.29 leehs@newspim.com |
◆ '기운 좋은' 방을 차지하라…325·328·454호 인기
의원실의 위치 뿐만 아니라 의원실의 '역사'도 의원들에게는 중요한 요소다. 유독 방의 주인들이 잘 풀린 기운 좋은 방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325호다. 이곳은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쓰던 곳이다. 이 방은 지난 20대 국회때부터 권칠승 의원이 사용하고 있다. 권 의원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21대 국회에서도 이 의원실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국회의장을 두 명이나 배출한 곳도 있다. 454호다. 이곳은 문희상 20대 후반기 국회의장이 사용하던 방이다. 또 과거에는 이만섭 전 국회의장도 이 방의 주인이었다. 21대 국회에서는 조정식(5선) 의원이 사용하게 된다.
328호도 명망이 높다. 이곳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쓰던 방인데, 이곳을 거쳐간 보좌진들이 21대 국회에 대거 입성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쓰던 방은 김근태 전 의원이 이어받아 사용했고, 21대 국회에서는 김근태 전 의원실 출신인 허영·박상혁·김원이·기동민 의원이 모두 당선됐다.
21대 국회에서 328호는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사용하게 됐다.
이외에도 의원실 '호수'에 의미를 둔 방 배정도 있다. 615호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떠올릴 수 있는 방이다. 그래서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이 18대 국회부터 12년동안 이 방을 쭉 사용했었다.
21대 국회에서 이 방을 사용하는 주인공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당 지도부가 김홍걸 의원이 이 방에 배정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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