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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망 뚫린 쿠팡...'로켓배송' 고집하다 문제 키웠다

기사등록 : 2020-06-0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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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코로나 집단감염에도 '비밀주의' 고수해 논란 키워
단기 근로자 '방역 사각지대...'로켓배송' 고집하다 화 키워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고공 성장을 거듭해온 쿠팡이 물류센터발(發)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가 9일 만에 110여명으로 늘어난 것.

특히 부실한 대응으로 코로나 확산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이 커지는 추세다. 위기 경영 시험대에 오른 김범석 쿠팡 대표가 어떠한 반전 카드를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쿠팡] 2020.03.11 nrd8120@newspim.com

◆물류센터發 잇단 코로나 집단감염에도 '비밀주의' 고수 논란

쿠팡 물류센터에서 유독 확진자가 많이 나온 것은 언택트(untact,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늘어난 주문량을 무리하게 처리하려다 사태를 키웠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부족한 일손을 일용직 단기 근로자에 의존한데다 확진자가 발생한 뒤에도 센터 운영을 강행해 여론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일각에선 쿠팡의 부실한 대응이 낳은 인재(人災)라는 지적도 있다. 정보를 통제하며 공개하지 않은 '불통'입장을 유지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는 것.

코로나의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쿠팡은 첫 확진자가 발생한 23일 근로자에 확진자 발생 여부도 공지하지 않았다.

부천 물류센터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온 같은달 25일에도 오후 1시부터 오후 3~4시간 방역을 한 뒤 오후 5시부터 센터 운영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오후 5시부터 출근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출근한 뒤 1시간 후인 6시 출근자 수백명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채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안내했다.

다만 확진 판정을 받은 해당 직원의 동선은 밝히지 않으면서 이날 출근한 근로자도 코로나에 감염됐다. 이미 센터 내 모자나 작업복, 노트북까지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것이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현재 쿠팡 부천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 수는 이날 오전 기준 112명으로 100명을 넘겼다.

[고양=뉴스핌] 최상수 기자 = 쿠팡 고양물류센터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직원이 지난 27일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쿠팡 고양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검진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0.05.29 kilroy023@newspim.com

사실 쿠팡은 비상장사라 이같이 경영과 관련된 데이터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판매 증감률이나 물류센터 운영지역 등 단순한 데이터 정보도 밝히기를 꺼려 왔다.

쿠팡이 코로나와 관련해 부실한 대응을 한 것도 이러한 '비밀주의'와 맞닿아 있다. 고양 물류센터의 밀접 접촉자도 명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파악이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 해 왔다. 방역당국이 조사의 주체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비슷한 시기에 확진자가 나온 마켓컬리는 방역당국보다 먼저 밀접 접촉자를 분류하고 즉각 이를 공개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도 코로나 방역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과 쿠팡의 대응은 사뭇 다르다.

현재 김범석 쿠팡 대표는 아무런 입장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의 초기 위기 대응 실패가 김 대표의 리더십과 소통의 부재로 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나 경영 정보를 공개나 비공개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진의 자유"라며 "하지만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의 동선이나 밀접 접촉자가 몇명인지를 밝히는 것은 사회 의무라고 본다. 물류센터는 직원과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는 곳이다. 김범석 대표의 향후 대응 방식에 따라 소비자들도 이용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 근로자 '방역 사각지대...'로켓배송' 고집하다 화 키워

이번 물류센터에서 시작된 코로나 재확산 사태의 발단은 쿠팡의 '기형적' 고용 형태에서 원인을 찾는다. 현재 쿠팡 물류센터는 일용직·파트 타이머 등 단기 근로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쿠팡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로켓배송의 물량을 주문 후 다음날 새벽까지 처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쓱닷컴의 경우 80%가 자동화 시스템으로 상품 포장을 하는 반면 쿠팡은 사람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상품을 포장하는 방식을 적용한 탓이다.

또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점도 확산을 부추겼다. 통상 물류센터 단기근로자의 경우 물류센터를 옮겨다니며 근무하기 때문에 물류센터 간 감염 확산이 더욱 빨랐다. 

실제 지난 28일 경기 광주의 현대그린푸드 물류센터에서 나온 확진자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을 한 단기 아르바이트 직원이었다. 

첫 확진자가 나온 부천 물류센터는 비정규직 비율이 97%에 달한다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의 조사 결사도 있다. 부천 물류센터의 단기 근로자는 1300여명으로 추정된다.

[부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경기 부천시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0.05.28 mironj19@newspim.com

'로켓배송' 코로나 때문에 특수 누린 쿠팡. 이젠 걸림돌 되나

쿠팡은 2010년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회사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한국판 아마존'을 지향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쿠팡은 아마존과 같이 직매입 방식을 도입하고 주문 후 다음날 배송해 주는 '로켓배송'을 앞세워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매출은 대형마트를 넘어섰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였다.

실제 지난해 매출은 7조1531억원으로 전년 대비 64.2% 신장했다. 4년 전인 2015년(1조1337억원)보다 6.3배에 달하는 매출 규모다. 적자 폭도 개선했다. 작년 영업손실액은 전년보다 36% 줄어든 7205억원이다.

쿠팡 매출 및 영업손실 규모.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및 쿠팡] 2020.04.14 nrd8120@newspim.com

쿠팡은 지난 1월 하순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 속에서 주문량이 크게 늘며 수혜를 톡톡히 봤다. 1월 말부터는 하루 주문량이 330만건에 육박했다. 일반적으로 로켓배송의 하루 평균 주문량은 지난해 12월 말까지 최대 230만건 안팎이었는데, 1달 새 100만건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쿠팡의 1분기 결제액은 5조원에 이른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20조원 달성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쿠팡 전체 결제액은 17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견조한 실적 흐름 속에서 인력도 계속 늘려 왔다. 지난해 쿠팡의 전체 고용 인력은 3만명으로 재작년보다 5000명 증가했다. 지난해 물류센터가 1년 새 절반에 가까운 83개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쿠팡은 지난달 부천에 이어 고양 물류센터에서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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