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충남 태안경찰서 경찰발전협의회(전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이 현장 경찰관들에게 '갑질'을 일삼아 공분을 사면서 경발위의 역기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선 경찰들은 지역으로 갈수록 경발위 위원들의 갑질이 심한데다 여전히 지역 유지와 경찰 사이의 유착고리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9월 경발위 운영 투명성 등을 높인다는 취지로 '경찰발전위원회 운영규칙'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경발위 명칭을 '경찰발전협의회'로 바꾸고 위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개정 규칙안의 골자다. 또 그동안 작성하지 않았던 경발위 회의록도 모두 작성해 각 경찰서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사진=경찰청 본청] |
앞서 경찰은 지난해 '버닝썬 게이트' 당시 버닝썬의 투자자가 서울 강남경찰서의 경발위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경발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찰이 내놓은 개선 대책 시행 6개월이 지나도록 뚜렷한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위원 명단과 회의록을 형식적으로 공개하는 탓에 사실상 '반쪽짜리 대책'에 불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각 경찰서 홈페이지에 공개된 경발위 위원 명단을 확인한 결과, 직업은 직군별로 나뉘어 '교육계', '자영업', '의료계' 식으로 광범위하게 묶어 공개돼 있었다. 각 위원 명단도 이름은 가린 채 '성'만 공개하도록 해 위원의 신분을 파악할 수 없는 상태였다.
강남경찰서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회의록에서 경발위 활동과 관련한 내용은 '자유토론 및 경찰발전위원회 자체회의'라는 짧은 문구가 전부였다. 종로경찰서 역시 '경발위 개선안 설명', '경발위 발전 방안', '대규모 집회에 대한 해결책 모색 협의' 등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경찰발전협의회' 회의록 전문 [사진=강남경찰서] |
일선 경찰들은 이외에도 경발위 위원들이 파출소나 경찰서에서 행패를 부리는 갑질 문제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부분 지역 유지들로 구성되는 경발위가 상급자 노릇을 하거나 폭언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탓이다.
일선 경찰서 한 과장급 간부는 "경발위는 사실 지역 여론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운영되는데 위원들은 마치 대단한 감투라도 얻은 듯이 행동하거나 경찰관을 하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아무래도 서울보다는 지역으로 내려올수록 안하무인식의 경발위 위원이 많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경기도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다 파출소에 잡혀온 한 경발위 위원이 경찰서 과장들에게 전화해 '얼른 여기로 와'라고 윽박을 지르는 모습을 본 적 있다"며 "경발위가 경찰 조직 위에 있는 기구도 아닌데 마치 경찰서장이라도 된 듯 구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충남 태안경찰서에서 일부 경발위 위원이 경찰관들에게 "경찰한테 인권이 어디있어"라고 발언하거나 지구대에 처음 온 실습생에게 "늬들 옷 벗기는 건 일도 아니야", "반드시 넌 가만 안둔다", "파면시킨다" 등 폭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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