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0-06-14 14:27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코로나19 사태 장기와 조업 불황으로 수 개월 째 침체에 빠졌던 경북 울진의 죽변항에 오징어 채낚기 어선이 몰려오면서 활기가 되살아 나고 있다.
최근 울진 죽변항과 울릉도 중간 수역에 오징어가 되돌아 오면서 채낙기어선들이 본격 조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구룡포와 포항, 울릉도 선적 채낚기 어선들이 오징어 어장에서 밤새 조업을 마치고 오전 6시 무렵부터 진행되는수협 공개 위판을 위해 거리가 가장 가까운 죽변항으로 몰려들어 정박장이 가득 차는 등 죽변항은 입항과 출항하는 어선들로 만원을 이루며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죽변수협 판매과 관계자는 최근 죽변항 인근 수역에 오징어가 몰리면서 정작 죽변항 선적 채낚기 어선보다 구룡포나 포항 등지의 외지 선적 어선들이 죽변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오징어 어장이 형성되면서 죽변항에는 1일 평균 60~70척의 채낚기 어선이 위판을 위해 입항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80%이상이 외지 선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오징어가 되돌아 오자 죽변항은 오징어 경매가 시작되는 아침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어업인들과 서울 등 수도권으로 싱싱한 산 오징어를 수송하기 위한 활어차량으로 가득찬다.
위판장은 이 시간동안 '선어 상자' 분류 작업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죽변항에 오징어가 되돌아 온 것은 지난 5월1일을 기해 금어기가 해제되면서 조금씩 활기를 보이던 것이 지난 1일부터 죽변항과 울릉도 중간수역에 오징어 어장이 형성되면서부터이다.
지난 5월 한 달간 죽변수협을 통해 위판된 오징어는 활어(산 오징어)의 경우 80만3000여마리, 선어 8438상자(20마리 기준)가 위판돼 각각 15억1000여만원과 2억6000여만원 등 모두 17억7000여만원의 어획고를 보였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 활어의 경우 191만5800마리에 비해 절반 수준이지만, 선어의 경우는 당시 4450상자에 비해 2배가 많은 어획량을 보였다.
14일 하루동안 죽변수협을 통해 위판된 오징어는 활어 16만마리, 선어 4600상자가 거래돼 2억8000여만원의 어획고를 올렸다.
오징어 조업이 본격화한 지난 1일부터 13일 현재까지 죽변수협을 통해 위판된 오징어는 활어 124만4547마리(18억5900만원), 선어 3만340상자(8억9000만원)로 집계돼 전달인 5월에 비해 어획량이 1.5~3.5배 증가한 것으로 보여 조업현황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태로 어장 군(群)이 지속되면, 지난 해 6월의 활어 203만7000마리(31억8000만원), 선어 3760상자(11억4000만원)에 비해 조업 실적이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오징어가 되돌아 오자 종전에 '금징어'로 불리며 비싼 몸값을 과시하던 어가는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날 오전 죽변수협 위판을 통해 활어의 경우 1마리당 1200~1300원대에 거래됐으며, 선어 1상자(20마리 기준)는 2만2000~2만6000원대에 위판됐다.
이는 '금징어'로 불리던 지난 9월 이후부터 올 해 초까지 활어 1마리당 위판가 8000원 이상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6배 이상 떨어진 셈이다.
채낚기어선 선주 A씨는 "코로나19와 금어기에 묶여 생계마저 위협당하는 지경에 몰렸는데, 지난 달 말부터 오징어 어장이 형성되면서 숨통이 약간 트였다"며 "그러나 가격이 워낙 떨어져 아쉽다. 그래도 오랫만에 고기가 잡히고 항구에 사람들이 가득하니 살 맛 난다"며 활짝 웃었다.
조학형 죽변수협장은 "최근 죽변 인근 바다와 울릉도 중간수역에 오징어 어장이 형성되면서 모처럼 죽변항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며 "오징어 어장 형성이 장기간 지속돼 코로나19와 조업 불황으로 위기에 처한 어업인들이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