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1. 직장인 A씨는 지난 10일 퇴근길 버스에서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채 통화하다가 다른 탑승객들로부터 "마스크를 똑바로 쓰라"는 고성을 들어야 했다. A씨는 "통화를 하느라 버스 기사가 '마스크 제대로 쓰라'는 말을 못 들었더니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며 "하마터면 싸움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2. B씨는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한낮 버스에 탑승한 뒤 마스크를 코끝에 걸쳐 썼다가 버스 기사로부터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B씨는 "답답한 마음에 마스크를 살짝 내린 것뿐이었는데, 시비가 붙을까봐 무서웠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송파 강남대성학원의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수도권의 집단감염이 계속 확산되는 추세인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환승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06.10 yooksa@newspim.com |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마스크 불량 착용이 늘면서 예민해진 시민들 간 시비가 잦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지 않고 있지만 더위에 지쳐 마스크를 턱에 걸쳐 쓰는 일명 '턱스크'를 두고 승강이가 붙는 경우가 곳곳에서 목격된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마스크 불량 착용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범내골역 승강장에서 탑승을 제지하는 역무원을 밀치고 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당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하철을 타려다 제지당하자 폭행을 휘두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에는 경기 광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50대 운전자가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용차를 몰고 돌진해 어린이 포함 3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경찰에서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광주시를 오염시키려 하길래 그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크 불량 착용에 따른 승강이는 6월 들어 무더위가 계속되자 잦아지는 모양새다. 낮 최고기온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일부 시민들이 코와 입을 가려야 하는 마스크 착용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고, 이에 따른 크고 작은 시비도 잇따르는 것이다.
시민 김모(31) 씨는 "뜨거운 날씨에 답답해서 마스크를 코 밑으로라도 내리고 싶은 충동을 떨칠 수가 없다"며 "하지만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으면 밀폐된 공간도 아닌 길거리에서조차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마스크를 다시 쓰게 된다"고 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따라 시비가 잦아지면서, 버스나 택시 기사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8년째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56) 씨는 "주로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 술에 취한 승객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지 않고 탑승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얘기는 하지만, 승객이 이를 거부하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달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마스크 미착용 시 벌금제도를 마련해달라'는 취지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마스크 미착용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벌금형이든 실형이든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대중교통 등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따른 시비 등에 대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최근 "시비 발생 시 폭행, 운행방해 등 관련법을 적용해 엄중히 적용할 예정"이라며 "수도권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감염위험도 높아진 만큼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 방역수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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