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미국 언론들이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에 대해 한국에 불만을 표출하고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1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6일 보도에서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북한의 최근 대남 강경행보는 대북 제재 문제로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미-한 양측을 압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북남관계총파산의 불길한 전주곡'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진을 공개했다.[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
워싱턴포스트는 "연락사무소 폭파는 '워싱턴 시선끌기'"라며 "북한이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새로운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또다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지금의 긴장 고조가 또 다른 미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전면에 등장한 것에 대해서도 "2018년에는 그가 중재자 역할을 했으나 이번에는 그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과 다른 위기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최근 도발에 어떤 대응을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16일 오후 북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가 폭파돼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 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건물 폭파를 예고했다. [사진=청와대] 2020.06.16 photo@newspim.com |
◆ 블룸버그 "北, 추가 도발할 것이나 수위 조절할 것…미·중 자극은 않을 듯"
"금강산 추가 폭파 및 병력배치·고체연료 미사일 실험 등으로 한국 압박 예상"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고자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는 정도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P 통신은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를 '세심하게 연출된, 매우 상징적인 분노의 표출'로 표현하며, 북한이 2018년 미국과 핵 협상을 시작한 이후 가장 도발적인 행동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이런 행동이 북한과 관여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도에 중대한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은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악화 상황이고, 또 한국 정부가 제재와 대미 관계를 이유로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을 재개하지 않은 데 좌절했다"며 "북한이 외부로부터 양보를 얻기 위해 (추가)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가 북한이 최근 몇 주 동안 남한과의 '화해(데탕트)'를 끝내겠다고 위협한 데 뒤이어 나왔다"며 "한국에 대한 불만을 극적으로 표출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가 한국에 대한 새로운 도발의 신호탄일 수 있다"며 "다만 김정은 정권은 자신들보다 뛰어난 화력을 가진 주한미군의 개입을 부르지 않는 조치를 고수하며, 핵심 후원자인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방법도 계산하면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면 앞서 철거를 경고한 금강산 관광단지에서의 추가 파괴,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병력 배치, 고체연료 미사일 등 한국의 모든 지역을 사정권으로 한 미사일 시험, 천안함 폭침과 같은 군사적 대치 등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실행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도 "북한이 남한과의 2018년 합의를 되돌리는 도발을 계속 이어가겠지만, 미국과 국제사회에 너무 큰 적대감을 표출하지 않는 수준의 도발을 하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