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16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기습 폭파로 한반도 정세가 급랭하면서 남북관계의 물꼬를 터왔던 문화교류도 올스톱될 위기에 몰렸다.
17일 문화계에 따르면 그동안 남북 공동사업으로 진행돼 왔던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 개성만월대 유적 공동발굴조사, 남북언어통합을 위한 국제학술회의, 우리민족 기록유산 공동전시, 언론 교류, 종교계 교류가 사실상 지난해부터 멈췄는데, 이번 북한의 강경 모드 전환으로 아예 교류전 상황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개성=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22일 낮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경. 2018.10.22 |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신준영 사무국장은 "2018년 11월 8차 조사가 가장 최근"이라며 "그 이후로 남북 관계가 나빠지면서 민간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실제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만월대 공동 발굴 성과물을 전시해오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중단됐는데 이마저도 남북공동연락 사무소가 파괴가 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민간단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 국장은 "지난해 말 만월대 발굴 성과 전시를 열었고 올해도 3월 광명동굴, 5월 임진각, 6월 인천시청 광장으로 순회전시가 계획됐으나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야외 전시도 개최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일단 문화재 발굴을 위해 우리가 개성으로 가야하는데 통신선이 다 차단됐다"며 "왕래가 불가능해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09.19 |
2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위기는 예상치 못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출전을 약속하면서 남북 문화교류도 활기를 띠었다. 특히 올림픽 기간 남북 공연단의 교류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후 9월 평양에서 열린 3차 정상회담에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여해 평화 무드에 힘썼다. 가수 지코, 에일리, 작곡가 김형석은 저녁 만찬자리를 위한 특별수행원으로, 전 문화재청장이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작가인 유홍준 교수도 남북문화교류를 위한 특별수행원으로 힘을 보태며 단단한 남북 문화 교류를 예고했다. 뒤이어 농구, 탁구, 농구 등 체육교류가 이어졌고 남북은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에 단일팀 출전을 약속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단일 출전권도 획득했다.
그러면서 남북 공동사업으로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 개성만월대 유적 공동발굴조사, 남북언어통합을 위한 국제학술회의, 우리민족 기록유산 공동전시, 언론 교류, 종교계 교류가 포함됐지만 사실상 지난해부터 남북 문화교류가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계획됐던 개성 만월대 유적 공동발굴조사도 무산됐다.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남북 가수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같이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진희관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일을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년간 쌓인 북한의 불만이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북미 회담이 결렬되면서 한국의 외교 역할을 바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거친 비판한 것을 한국 정부가 간과한 것이 큰 타격을 줬을 거라고 덧붙였다. 남북 관계가 좋았다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큰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겠지만 북한이 내외부로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진 교수는 "근본적으로 지난 2년간 북한은 미국과 회담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며 "곪을대로 곪은게 터진 것이라 다행스러운 면도 있지만, 금강산과 GP 그리고 개성공단에 군을 배치하겠다는 북한의 언급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현재로서는 문화 교류가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로 남북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한국이 북한과 미국과 의견을 조율하고 검토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외교적인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현재로서는 우리로서도 국익을 얻을 수 있고, 민족 이익과 연결되며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싸움이 났는데 공연으로 화합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한국의 외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재외동포채널을 활용해 우회적으로 문화적 교류를 이어갈 수는 있다"고 첨언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