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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들 "북한 위협, 경제적 허약함·취약성 반영…강대강 대치 불필요"

기사등록 : 2020-06-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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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닝 연구원 "북한 목표는 한미동맹 이간질과 제재완화"
칼더 "한미관계 복원하고 분담금 협상서 한국 배려해야"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강경 행보는 대북 경제제재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내부의 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한다며, 제한적 도발로 긴장을 높이려는 전략에 미국과 한국이 강대강 대치로 과잉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 일부에 경계병을 투입하는 등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이면에는 북한 내부의 갈등과 경제적 고충이 있는 만큼, 철저한 경계 태세를 유지하되 물리적 대응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직접적 대응보다 동맹인 한국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대북 접근법에 대한 이견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으로 시험대에 오른 한미관계의 복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6일 오후 북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가 폭파돼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사진 = 국방부]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1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앞세우는 호전성 이면에는 허약함과 취약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중국 국경 봉쇄로 인해 경제가 파괴되고 제재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잇따른 위협적 조치의 배경으로 본 것이다.

매닝 연구원은 이런 난관 속에서 "북한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더 많은 공짜 물건(more free stuff)'을 얻으려 하고 있다"며 동시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강인하고 장악력이 있는 지도자로 통하게 만들려는 정치적 연출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은 이런 노력을 통해 "청와대를 압박하고 협박해 제재를 끝내고, 남북 협력을 미-한 동맹보다 우선시하게 만들며, 미-한 관계에 긴장을 악화시킴으로써 두 나라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 "북한, 불안감 조성으로 벼랑 끝 전술 구사할 수 있다는 것 증명"

워싱턴의 다른 전문가들도 북한의 초강경 태도 뒤에는 정권과 엘리트 계층의 '비명'이 숨어있고, 선을 넘는 북한의 행동은 정권의 입지를 높이고 추가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이라는 진단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불안감을 조성하고, 우리보다 더 심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핸론 연구원은 "나는 단호함을 선호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이 비무장지대(DMZ) 내에 당장 진출하는 데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군 관계자는 지난 17일부터 비무장지대 내 북한군 GP(Guard Post, 감시초소)에 경계병이 추가 투입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북남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하였던 민경초소들을 다시 진출·전개하여 전선 경계 근무를 철통같이 강화할 것"이라며 "전반적 전선에서 전선경계근무 급수를 1호 전투근무체계로 격상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군의 '1호 전투근무체계'는 병사들에게 실탄을 지급하고 전투에 대비하는 최고 수준의 경계 근무태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북한 조선중앙TV는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된 영상을 공개했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이 총질하지 않는 한 미끼에 걸려들지 말고 북한 무시해야"

북한군 동향과 관련 매닝 연구원은 "북한이 던진 미끼에 걸려들지 말아야 한다"며 "김정은이 DMZ 북쪽에 머물면서 총질을 하지 않는 한 북한을 무시하라고 조언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대응해서 이로울 게 없으며, 더욱 충돌적인 상황이나 일방적 양보로 이어지게 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어 "북한의 각본을 망가뜨려야 한다. 북한의 행동은 이를 도발로 느낄 때만 도발이 되는 것"이라며 "북한의 행동이 남북 간 진전을 되돌리는 선에 그친다면 (미국과 한국이) 행동을 취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도 "현 시점에서 가장 현명한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북한을 무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만 "한미군사연합훈련은 애초에 취소되지 말아야 했다"며 "이번 일과 관계없이 훈련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시험대 오른 한미동맹 강화해 북한의 이간질 노력 차단해야"

미국 전문가들은 또 미국 역시 북한에 대한 직접적 대응보다 동맹인 한국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대북 접근법에 대한 이견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으로 시험대에 오른 양국관계 복원과 동맹 강화를 촉구했다.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협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동시에 미국도 한국에 대한 안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미국은 한국의 의견과 재정 현실에 대해 세심한 접근법을 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너무 갑작스러운 태도를 보이면 동맹을 갈라놓으려는 북한의 노력을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한 칼더 소장은 "더욱 강력한 군사적 압박이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충돌이 발생하면 한국은 커다란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과 관련해 많은 성과를 거두기 전에 동맹 강화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어떤 수준의 (방위비 분담) 비용과 혜택이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공동 이해에 도달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단발적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오핸론 연구원은 "(미국이) 실제 (비핵화) 합의는 어떤 모습이 될지를 고려한 현실적 전략을 갖추고 외교를 활성화하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매닝 연구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은 북한에 상호 조치와 행동 대 행동 진전을 요구하면서, 보다 관대한 비핵화 관련 제안을 올려놔야 한다"며 "미국은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북한이 확실히 알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바라보는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한국 전문가들과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지난 7일 북한 조선중앙 TV의 '청년학생들의 남조선 당국·탈북민 대북전단 항의군중집회' 보도 일부.[사진=조선중앙TV 보도 캡처]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북한 내부 불만 잠재울 카드 필요했을 것"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지난 17일 뉴스핌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은 그만큼 북한 내부사정이 매우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수도인 평양까지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북한 지도부가 대남정책을 적대관계로 급선회한 배경에 대해선 "북한 지도부로서는 자신들이 추진했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이라는 대외정책을 뒤엎고 포기하면서까지 인민들에게 뭔가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 계속 북한 경제가 어려워졌고 최근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북한으로선 내부에서 폭발하려는 불만을 잠재울 카드가 필요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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