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경찰청장에게 압수수색 영장 제시와 관련한 세부 규정을 만들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22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 상대방이 영장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영장 제시 범위와 방법 등을 범죄수사규칙에 구체적으로 정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 형사소송법에 따라 상대방에게 영장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다만 현행법에는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만 기재돼 있고 세부 방법 등은 없다. 이에 경찰관이 영장을 보여준 후 바로 회수하는 등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경찰로고[사진=뉴스핌DB] |
실제로 A씨는 지난해 8월 14일 거주지 압수수색을 받는 과정에서 영장을 확인하던 중 경찰관이 영장을 빼앗아 끝까지 읽을 수 없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A씨가 영장을 읽은 시간은 약 1분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A씨가 영장 뒷면을 보려고 하자 경찰은 영장을 뺏으며 '제시해주고 고지만 해주면 된다', '읽으라고 주는 것이 아니고 영장 앞 부분만 보여주면 된다', '압수목록만 보여주면 된다' 등 발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압수수색 영장 제시는 불필요한 다툼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영장 집행을 방지하는 데 취지가 있다"며 "압수수색 영장 제시만으로는 상대방이 압수수색 목적과 내용을 충분히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범죄수사규칙에는 영장 제시 범위와 방법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범죄수사규칙에 영장 제시 범위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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