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뉴스핌]김나래 특파원=미국 백악관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과 관련해 400곳 이상의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한반도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22일(현지시간)블룸버그 등 주요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를 보면 570쪽에 달하는 볼턴의 책 내용 중 415곳가량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볼턴은 재임 기간 발생한 각종 외교·안보 현안에 관한 일을 책으로 썼으며, 백악관은 국가기밀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기각된 상황이다. 이 책에는 한국과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룬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사진= 로이터 뉴스핌] |
현재 백악관은 한국, 북한 등 한반도 사안을 다룬 두 개의 장에서만 110개가 넘는 수정, 삭제 의견을 낸 상태다. 특히, 볼턴의 책에는 남북, 한미, 북미 정상간 논의내용과 고위급 인사들의 대화가 담겨 있다. 이는 진위를 떠나 이를 책에 담는 것 자체가 외교적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장 볼턴의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강하게 밝혔다.
백악관도 한미 균열과 북미관계 악화를 우려한 듯 아예 문장 자체의 삭제를 요구하했으며, 단정적인 문장에는 '내 의견으로는'이라는 식의 표현을 추가하라고 주문했다. 또 마치 볼턴의 주장이 미국의 입장인 양 비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 국가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적은 부분에는 '내 추측에는'이라는 말을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책에는 '내 관점에서는'이라는 표현이 더해졌다.
이와 함께 책에 '북한의 한미 균열 획책을 피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부분은 '문 대통령과 더 큰 조율 없이는 어떤 합의도 일어날 수 없다'로 변경하라고 한 부분이다. 북한을 자극할 만한 문구를 피한 것이지만 볼턴은 백악관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미 법무부는 볼턴이 기밀누설 금지와 관련한 고용 계약을 위반했고 기밀정보 삭제 등 회고록 출간에 필요한 절차를 마치지 못했다며 출판 금지 민사소송과 금지 명령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 20일 출간을 막기에 너무 늦었다며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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