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보상소비' 영향일까, '명품리셀'(되팔기) 수요일까.
롯데온에서 판매된 롯데면세점 명품 재고가 행사 시작과 동시에 무섭게 팔려나갔다. 신세계면세점의 명품 재고가 완판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을 못가는 대신에 국내서 면세품 소비가 일어난다는 반응과 '실수요'가 아니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신세계 이어 롯데도 온라인서 '대박'...페라가모·끌로에 등 완판
23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통합 쇼핑 플랫폼 롯데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재고 면세품 판매 행사'를 시작해 오후 2시30분 기준 준비된 물량의 약 70%를 판매했다.
23일 롯데온서 판매된 30만원대 끌로에 가방은 빠르게 재고가 소진됐다. [사진=롯데온 홈페이지 갈무리] 2020.06.23 hrgu90@newspim.com |
이날 판매된 브랜드는 페라가모와 끌로에, 알렉산더 맥퀸, 지방시, 펜디, 토즈, 발렌티노, 발리, 토리버치 등 9개 브랜드의 77개 제품이다. 최대 60% 할인된 페라가모, 끌로에 가방 등은 행사 시작과 동시에 완판됐다.
10시 전후 동시접속자가 몰리며 30분간 '먹통'이 되기도 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판매 시작 한 시간 만에 준비한 물량의 60%를 소진했다"며 "상품 중에서 신발과 여성 크로스백 등이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판매되는 면세품은 ▲롯데온이 롯데면세점으로부터 제품을 구입해 바로 배송하는 방식 ▲롯데면세점이 개별 통관을 거쳐 7월 2일부터 배송하는 예약구매 방식 2가지다.
사실상 병행수입된 것과 다름 없는 면세품이어서 사후관리(AS)는 불가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AS비용을 반영해 더 할인된 가격에 수입 명품을 판매한 것"이라며 "아울렛에서 판매되는 이월 상품이 AS가 안 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명품은 대체 누가 사는거야?...재고량 비공개 놓고 '설왕설래'
기록적인 재고 명품 행사 흥행을 놓고도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롯데온이 재고 명품 70%를 소진하기에 앞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세계면세점으로부터 구입한 면세품 재고를 1차, 2차에 거쳐 90%가량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1차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보상소비' 효과가 아니냔 분석이다. 한국인의 명품 사랑은 지난해 실적으로도 증명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14조8291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여덟번째로 큰 규모다.
이에 더해 출국 마비로 면세쇼핑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이번 행사가 '가뭄의 단비'가 됐다는 것이다. 국내 유명 명품 커뮤니티에서는 "어차피 해외 가지도 못하는데 이 기회에 구입하자"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지난 5월 샤넬 가격 인상을 앞두고 '오픈런'(매장 오픈을 기다렸다가 구매) 진풍경이 펼쳐진 것도 같은 이치다.
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리셀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200만원대 가방을 100만원대 구입한 뒤 20~30%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식이다. 최근 명품 커뮤니티와 중고나라 등에서는 명품 리셀이 활발해졌다. 이에 따른 사기 주의를 당부하는 운영진의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실 국내 면세점들의 이번 명품 행사는 재고량을 알 수 없다는 게 논점이다. 각 사는 준비된 재고의 몇 퍼센트(%)를 소진했는지를 빠르게 공개하고 있으나, 애초 준비된 물량이 몇개였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애초 준비된 재고가 적었다면 흥행이 거품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재고를 쌓아두고 파는 게 아니고 그때그때 면세점으로부터 새로 발주해 판매하기 때문에 재고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면세점들이 마진을 최소한으로 하고 있어 행사 흥행 자체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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