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텔레그램에서 여성의 성 착취 사진·영상을 유포한 'n번방' 사건 등 사이버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경찰이 사이버범죄 국제공조수사 강화를 위한 첫 단추를 뀄다. 경찰청은 일명 '부다페스트협약'이라고 불리는 사이버범죄 국제협약 가입을 위한 법령 분석 및 정비 기초작업에 돌입했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해외 주요국의 사이버범죄 관련 법제의 비교법적 검토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는 사이버범죄협약 가입 및 원활한 이행을 위한 입법 연구로, 주요 가입국의 사이버범죄 관련 법령을 비교하고 검토해 국내 사이버범죄 관련 법령을 정비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경찰청은 국내 사이버범죄 관련 법령을 개괄하고 주요 가입국의 협약 이행 입법을 분석, 보고서에 담을 것을 요구했다. 특히 미국과 영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사이버범죄 법령 체계를 분석해달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협약 가입을 위해 정비해야 할 국내 법도 제안해달라고 주문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중이라는 국내 상황을 반영해 협약 가입 시 이상적인 '24/7 네트워크' 담당기관도 제안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이버범죄협약은 인터넷 범죄 수사 및 처벌을 규정한 국제협약이다. 2001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사이버범죄 국제회의에서 출발해 '부다페스트협약'이라고도 불린다.
이 협약에 가입하면 사이버범죄 정보 공유 및 공동 수사 등 국가 간 공조체계가 마련된다. 해외 주요 국가들이 각종 디도스(DDoS) 공격 및 해킹, 해외에 서버를 둔 아동 음란물 유포 등 사이버상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이 협약에 가입돼있다. 현재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등 총 65개국이 이 협약에 가입했다.
한국은 아직 미가입국으로 남아 있다. 역대 정부에서 여러 차례 회의를 열고 협약 가입 여부를 논의했지만 번번이 가입 불가 쪽으로 결론이 났다.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통신비밀보호법 등 국내 법과 상충된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외교부 등 관계 부처가 협약 가입 여부를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약 가입이 늦어지는 동안 사이버범죄와 관련한 국제공조수사 필요성은 커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제공조수사 요청 건수는 2015년 284건에서 2019년 858건으로 4년 새 약 3배 늘었다. 같은 시기 국내 사이버범죄는 14만4679건에서 18만499건으로 24.8% 증가했다.
최근 들어 사이버 불법도박과 사이버 금융범죄를 비롯해 'n번방', '박사방' 등 사이버 성범죄까지 우후죽순 늘면서 국제공조수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 늘었다.
정치권에서도 사이버범죄 국제공조수사 강화를 위한 관련 법 제·개정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4·15 총선 당시 정의당은 부다페스트협약 체결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이버범죄 협약에 언젠가는 가입할텐데 그때 국내법이 정비돼 있어야 협약을 이행하는데 지장이 없다"며 "장기 목표로 (이번 연구는) 이론적인, 아주 기초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약 가입은 경찰청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경찰청은 수사기관이라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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