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0-06-24 06:30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이달 말로 예정된 인수합병(M&A) 거래종결시한이 다가왔지만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4∼6월 3개월치 급여를 포기하겠다고 제주항공에 제안한 가운데,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사실상 사측 제안을 거부했다.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의 개입으로 3월 말부터 운영을 전면 중단한 만큼 해당 기간의 임금 미지급은 제주항공에도 귀책사유가 있다는 이유다.
제주항공은 당시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띄우면 오히려 적자가 발생해 운항을 멈춘 상태였다는 입장이다. 인수가 결렬되면 이스타항공은 정부 지원 없이 회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금융지원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파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24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운영을 중단시키면서 회사의 어려움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며 "4~6월 임금에 대해서는 제주항공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따른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스타항공 경영진 측은 4~6월 임금을 직원들이 반납하고 2~3월 임금은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이 분담하는 안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안도 결국 제주항공으로서는 부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제주항공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만약 인수가 성사된다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경영을 맡게 되기 때문에 임금 문제를 떠안게 된다"며 "제주항공이 그런 상황을 만들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여전히 현 오너에 최우선으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 오너가 경영 책임을 지고 매각대금 가운데 일부를 체불임금 해결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매각대금 545억 중 115억원이 지급됐는데, 나머지 계약 잔금 430억원의 일부로 체불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2월부터 임금을 미지급해 총 250억원의 체불임금이 쌓여 있다.
인수 계약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체불임금 문제가 좀처럼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면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인수계약 시한은 오는 29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이사 3명, 감사 1명을 선임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오는 26일 열기로 했지만 인수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주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시한에 대해 못박은 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계약 종료는 양사가 상호 합의하는 날로 공시한 바 있다"며 "여전히 인수 의지를 가지고 있고 진정성 있게 협상에 임하고 있는 만큼 이스타항공 경영진에도 선결과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고 말했다.
인수가 결렬될 경우 정부 지원 없이 이스타항공은 회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항공업계를 지원하는 국토교통부에서조차 금융 지원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토부가 항공사의 운항 재개를 허가하는 항공운항증명(AOC)를 빠른 시일 내에 내주고 운영을 정상화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데 대해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운항 재개만으로 회사가 살아날 수 없다. 비상장사에 유보금도 없고 증자도 어렵다"며 "인수 아니면 정부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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