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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시론] 3년새 서울 아파트값 52% 올린 21번의 부동산 대책

기사등록 : 2020-06-2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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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부동산 투기세력이 돈을 위해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는 생겨선 안 된다." 지난 2017년 6월 취임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취임 일성이다. 경실련은 하필 김 장관의 취임 3주년인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3년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조목조목 꼬집었다. 경실련은 KB주택가격동향, 한국은행,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5월과 2020년 5월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3년 만에 아파트 한 채당 3억1400만원(52%)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12월부터 2013년 2월까지는 3%(1500만원) 하락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인 2013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29%(1억3400만원)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21번째인 6·17 대책을 내놨지만 1주일도 안돼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고, 규제를 피한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김상조 대통령 정책실장은 지난 21일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후속 대책을 언급했다.그만큼 무주택자와 실수요자의 불만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24일 오전 9시 현재 80건이 넘는 청원이 접수됐다. 심지어 김현미 장관의 해임 요청 청원도 올랐다.
김 실장은 "6.17대책은 갭투자와 법인 부동산 투자 규제가 주안점"이라며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지만, 정작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규제지역의 집을 사면 기존 전세대출을 회수토록 한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 일반 국민들은 그동안 전세를 끼거나 대출을 얻어 집을 장만해 왔으나 이번 조치로 그 길이 막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의 97%가 3억원을 초과하는데, 시가 3억원(종전 9억원) 이상 주택의 전세대출 제한 조치를 내놨으니 전세 끼고 집을 살 엄두도 내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에 대한 사다리를 걷어찬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온갖 규제를 동원할 기세지만, 시장은 불신감이 팽배하다. 지난 3년간 21번에 걸쳐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은 고공행진이고 전셋갑은 51주째 상승세다. 정부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을 만큼 시장의 내성만 커졌다. 당장 조정대상지역 등 '과열지역'에서 빠진 김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6·17대책을 비웃듯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책 이후 23일 까지 총 146건의 주택이 실거래 신고됐고 이 중 16건은 신고가를 기록했다. 국토부는 김포지역 이상 과열에 대해 우선 최소 6월 한 달치 주택가격동향은 나와야 정량적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이러다가는 전국을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묶을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23일부터 주택거래허가제가 시행된 강남권에서는 전세매물이 사라지고,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과의 전쟁'이라며 오기로 일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와 올 1월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선지 정부와 여당은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더욱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들이댈 태세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종합부동산세법, 소득세법, 주택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민간임대주택법 등 5개 법안을 신속하게 다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관석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더 강력하고 선제적인 조치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시장에 대해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시장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말이 있다. 공급을 늘리지 않은 채 수요 억제 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규제를 풀어 수요가 있는 도심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 강남과 서초 등의 집값이 비싼 이유는 그 곳에 살고 싶은 사람이 많은 데 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강남 4구를 규제하면, 인근 지역 집값이 오르고, 오른 지역을 새로 규제하면 그 외곽의 집값이 오른다. 다른 지역과의 시세 차이가 줄어들면 다시 강남 4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1130조원에 달하는 시중부동자금은 돈이 될 만한 곳이 보이면 언제든 움직인다. 인간의 욕망이고, 돈의 속성이다. 노무현 정부가 5년 동안 30번의 대책으로도 집값을 오히려 끌어올린 정책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아직 9번이나 남았다고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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