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미국 기업들이 연쇄 파산을 연출하는 가운데 일부 경영자들이 파산보호 신청에 앞서 돈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3월 중순 이후 미국의 실직자가 40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파산 기업 경영자들의 거액을 챙긴 사실이 보도되자 모럴 헤저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기업의 근로자는 물론이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커다란 손실을 입은 투자자와 채권자들까지 날을 세우고 있지만 파산 법원은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2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기업의 줄도산으로 실직자가 속출한 가운데 경영자들이 파산직전 거액의 연봉과 경영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영난이 고조되면서 회사채 원리금 상환은 물론이고 공급 업체에 대금 납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 파산에 이른 기업들이 경영진들에게 대규모 보너스와 급여를 제공했다는 것.
장기적인 경영난으로 홍역을 치르다 팬데믹 충격에 파산한 JC페니는 질 솔토 최고경영자에게 450만달러에 달하는 급여와 보너스를 지급했다.
업체는 파산 전 154개에 달하는 영업점을 폐쇄했고, 대부분의 직원을 해고했지만 최고경영자는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운 셈이다.
지난 4월 파산 보호를 신청한 셰일 업체 화이팅 정유의 최고경영자 역시 파산에 앞서 640만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챙겼다.
조만간 파산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 석유업체 체사피크 에너지 역시 경영진에게 쏠쏠한 보너스를 지급할 움직임이다.
파산 보호 신청 후 대규모 신주 발행에 나섰다가 물의를 일으켰던 렌터카 업체 허츠의 경영진도 최악의 사태를 맞기 전 본인의 주머니를 채웠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경기 침체와 파산 과정에 자질 있는 경영자들을 붙들어 두기 위한 대책이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영자들보다 숙련된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해 대량 실직을 방지하는 편이 기업을 위한 결정이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꼬리를 물고 있다.
완구 유통 업체 토이저러스가 파산할 당시 업체에서 근무했던 리즈 마틴은 NYT와 인터뷰에서 "토이저러스 역시 파산 전 고위 경영진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했다"며 "정작 기업을 위해 돈을 버는 사람들을 외면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파산 기업의 고위 경영자들은 비즈니스가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s Services)의 브렛 밀러 책임 투자 부문 헤드는 "기업들은 지극히 불확실한 상황에 최고경영자들에게 대단한 확실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산 기업의 경영자들 보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미 의회는 2005년 관련 법을 제정했지만 파산보호 신청 이후 보너스 지급을 차단했을 뿐 공식 절차에 돌입하기 앞서 부적절한 보상을 실시하는 데 대해서는 제동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경영진들이 파산 전 챙기는 대규모 자금을 근로자와 채권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파산 보호를 신청하는 기업이 70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