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이제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을 가운데 두고 다가갈 수 없는 슬픔의 협곡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은 24일 오후 제1445차 수요시위에 참석해 "피해생존자들의 고통과 아픔, 상실감과 좌절감이 얽혀있는 자리"라며 "밀려나고 빼앗기고 탄압받고 가슴이 찢기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돼도 이 자리에 있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정기 수요시위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렸다.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소녀상 앞에 먼저 집회신고를 해, 정의연은 이날 28년만에 처음으로 소녀상과 약 10m 떨어진 곳에서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정의연에 따르면 그간 수요시위는 1995년 고베 대지진 때를 제외하곤 매번 소녀상 앞에서 진행됐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28년만에 소녀상 앞 자리에서 밀려나 근처에서 제1445차 정기 수요 시위가 열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관계자 및 소속 학생들이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단체 관계자들로부터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0.06.24 dlsgur9757@newspim.com |
이날 소녀상 앞은 학생들이 점거하면서 어떤 집회도 열리지 않았다.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학생 20여명은 보수단체에게 자리를 내줄 수 없다며 전날부터 소녀상에 몸을 묶고 연좌 농성을 벌였다.
이에 따라 소녀상을 중심으로 오른쪽에선 보수단체의 정의연 해산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왼쪽에선 수요시위가 실시됐다.
6·15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대학생분과에서 나온 70여명의 대학생들도 수요시위에 앞서 릴레이 발언, 1인 피켓 시위 등 지지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수요시위 연대발언을 통해 "수요시위를 접한 계기는 모두 제각각 다르다"며 "하지만 피해 당사자이자 인권 운동가인 할머니 곁에서 힘이 돼 드려야겠다는 생각은 동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단체는 수요시위에 누명을 씌워 여론을 호도하는 것도 모자라, 소녀상 앞을 물리적으로 빼앗고 테러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대학생은 이제 연대를 너머 역사를 지키고 기억하는 주체로 이 자리에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요시위가 시작되자 보수단체는 애국가를 틀거나 "윤미향 구속", "정의연 해산" 등을 외쳤다.
장마가 시작된 이날 수요시위 전부터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쓴 수십 명의 취재진, 수요시위 참석자, 수요시위 지지자, 보수단체 집회 참여자 등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경찰 경력이 배치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서울지방경찰청의 협조를 받아 400여명의 경찰을 현장에 투입했다. 다행히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다만 보수단체가 7월 중순까지 소녀상 앞에 집회 신고를 해둔 터라, 당분간 수요시위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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