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문형민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둔화를 3가지 측면에서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투자 부진과 수출 둔화(거시 요인), 주력산업 및 대기업의 노동생산성 부진(산업 및 기업규모별 요인), 저생산성 기업의 퇴출 부진(구조조정 부진 요인) 등이다.
남충현 송상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25일 BOK 이슈노트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노동생산성 둔화 요인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들은 '02∼'17년 중 광업·제조업 조사에 포함된 98만5050개 사업체 자료를 이용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02∼'08) 대비 이후('09∼'17) 우리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하락 원인을 분석했다. 광업·제조업 조사에 따르면 위기 이전('02∼'08) 대비 이후('09∼'17)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6.3%p 하락했다.
노동생산성의 제고는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 요인 중 하나다. 노동생산성은 이론적으로 노동투입 당 산출량으로, 노동생산성이 상승한다는 것은 주어진 노동투입으로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하거나, 주어진 생산량을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노동투입의 양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주어진 인적자원으로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하면 중장기적으로 실질임금이 상승하며, 주어진 생산량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인적자본의 양이 감소하면 기업의 수익성은 증대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예상되므로 경제 성장은 노동생산성 제고에 의해서만 달성 가능하다.
[자료=한국은행] 2020.06.24 hyung13@newspim.com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09∼'17)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국의 노동생산성(1인당 실질부가가치) 증가율은 위기 이전('02∼'08)보다 평균 0.54%p 하락했다. 이러한 노동생산성 둔화 현상은 기존에 고성장을 주도하던 제조업의 부진에 큰 영향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72%p 하락, OECD 주요국들보다 더 큰 둔화세를 보였
다. 특히 위기 이전 고성장을 보였던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위기 이후 6.3%p 하락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저해 요인은 우선 투자 부진과 수출 둔화이다.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설비투자 기피는 자본장비율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해외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둔화는 요소 활용도 저하(유휴 생산요소의 증가) 등으로 이어졌다.
다음으로 주력 산업 및 대기업의 노동생산성 부진이 제조업 전반의 노동생산성을 둔화시켰다. 위기 이전의 정보 기술 확산, 글로벌 벨류체인(GVC) 확대 등은 전자, 자동차, 조선업 등 주력 산업 및 대기업의 노동생산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위기 이후 이 효과가 포화점(saturation)에 도달하면서 노동생산성이 둔화됐다.
위기 이후 저생산성 기업에 대한 퇴출 부진도 노동생산성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저생산성 기업의 퇴출 부진은 저생산성 기업에서 고생산성 기업으로의 인적자원 이동을 제약(인적자원 배분의 효율성 약화)하고, 선도기업(노동생산성 상위 5%)과 후행기업(노동생산성 하위 95%) 간 노동생산성 수렴 속도를 느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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