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화투를 소재로 한 자신의 작품들과 관련 '대작' 논란에 휩싸였던 가수 조영남(75) 씨가 결국 무죄를 확정 받으면서 4년 가까운 법적 공방을 마무리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대작(代作) 작가 기용 관련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공개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2020.05.28 kilroy023@newspim.com |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오전 10시10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미술작품이 친작(親作)인지 혹은 보조자를 사용해 제작했는지 여부가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조 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화가 송모 씨 등 2명이 그린 그림을 넘겨받아 덧칠과 서명을 한 뒤 작품 20여 점을 10명에게 팔아 1억81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당시 화투를 소재로 한 조씨 그림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대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사에 착수, 조씨가 조수를 사용한 사실을 고의적으로 숨기고 자신이 그린 그림인 것처럼 속여 그림을 판매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반면 그림의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자신이고 현대미술의 한 사조인 팝아트(PopArt)에서는 이같은 활동이 관행이기 때문에 해당 그림이 자신의 작품이 맞다며 맞섰다. 또 조수를 사용해 작품을 완성한 것을 숨길 의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조씨의 사기 혐의를 인정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씨가 제작했다는 작품이 그의 창작 표현물로 온전히 인정할 수 없고 대작 사실을 구매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구매자들을 속일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7년 당시 조 씨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조씨는 본업인 가수 뿐 아니라 화가로서도 오랜 기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고 고령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며 "조씨가 예술성을 갖춘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믿고 있던 대다수 일반 대중과 작품 구매자들에게 충격과 실망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반면 2심은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듬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수영 부장판사)는 "해당 작품은 조씨의 고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고 대작 화가 송씨 등은 보수를 받고 조씨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고현하기 위한 기술 보조"라며 이같이 판단했다. 2심은 그러면서 "화투를 소재로 한 작품의 화법이나 콘셉트, 아이디어 등은 조영남에 의한 것"이라며 "보조자가 함께 작품을 완성했다고 해서 구매자에게 고지 의무를 기망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상고하면서 해당 작품들의 저작권자가 조 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은 검찰 측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은 "이 사건을 저작권법 위반죄로 기소하지 않았고 공소사실에서도 저작자가 누구인지 기재하지 않았는데 상고심에 이르러 원심 판결에 '저작자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이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미술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 다툼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미술작품 가치 평가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달 28일 열린 공개변론에서 '일반적으로 작품 판매시 조수를 사용하는 것을 알리지는 않는다'는 조 씨 측 참고인 조미선 전 한국화랑협회장 의견을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조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매니저 장모 씨도 무죄를 확정 받았다. 장 씨는 1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고 2심에서는 조 씨와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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