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민간에 빌려준 신규 대출액이 8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유례없는 경제충격에 한은이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결과다. 일각에선 자산버블 형성 등 과잉 유동성이 초래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한은의 유동성 조절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6월 한은의 원화 대출잔액이 23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말 대비 8조원이 늘어난셈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서울 중구 한국은행. 2019.03.29 alwaysame@newspim.com |
이처럼 중앙은행의 대출이 급격히 늘어난데는 한은이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 피해업체를 대상으로 한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한도를 확대한 영향이다. 한은 관계자는 "6월 전체 금중대 배정실적은 23조6000억원이다. 4월까지 금융기관이 취급한 금중대 실적을 반영해 6월에 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을 5조원 증액했다. 이후 한도가 거의 소진되자 추가 증액을 통해 한도를 총 35조원까지 확대했다.
금중대는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은이 저금리로 시중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조치다. 한은은 은행이 취급한 대출실적에 대해 기본적으로 50%를 지원하며, 개인사업자와 저신용기업에 대해선 75~100% 수준으로 지원비율을 우대한다.
한은은 위기상황 마다 발권력을 동원해 소방수 역할에 나서곤 했다. 외환위기였던 1999년 2월 대출금은 15조1000억원,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1월엔 1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실물경제 공포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은의 대출금은 앞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7월엔 5월 금중대 수요가 집계돼 반영된다. 여태까지 추세를 보면 늘고 있기 때문에 다음달 대출금은 6월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한은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SPV에 대한 8조원 가량의 선순위 대출을 앞두고 있다. SPV는 산업은행 산하에서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CP를 사들이는 기구로, 국회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통과되는대로 한은과 정부의 자금지원을 통해 출범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경기 부양을 위해 풀린 유동성이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으로만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금융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한은 입장에선 대량으로 풀린 유동성을 향후 어떻게 회수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25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확대 유동성 공급을 적기에 회수할 필요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유동성 회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앞서 창립 70주년 인터뷰에서도 "사태가 진정되면 그간 취했던 이례적인 완화정책을 정상화 시키는 노력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한은이 당장 유동성 회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교수는 "나중에 잠재성장률이 회복되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올라왔을 때 통화환수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장은 유동성 회수를 이야기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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