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올해는 사업을 시작한지 50년이 되는 해이자 삼성SDI가 100년 기업을 향해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시작을 알리는 해입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강점을 초격차 경쟁력으로 승화시켜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습니다."(전영현 삼성SDI 사장,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삼성SDI가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이 회사는 국내 정상의 전자부품업체로 성장하기까지 변화무쌍한 반백년을 보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지난해 7월 1일 창립기념일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삼성SDI] 2020.03.18 sjh@newspim.com |
삼성SDI는 1970년 '전자 부품 산업의 국산화'를 기치로 '삼성-NEC주식회사'로 출범한 이후 TV 관련 부품을 담당하며 삼성이 글로벌 TV 1등으로 발돋움 하는데 공헌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는 배터리 분야에 집중, '에너지·소재' 기업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창립기념일인 이날은 삼성SDI가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날이다. 당초 삼성SDI는 50주년이 되는 이날을 기념해 행사를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조촐하게 지내기로 했다.
◆ 글로벌 TV 1등 공신에서 배터리 선두주자로
"1970 삼성전관 이코노티비 2020 삼성스디 슈퍼배터리~변화무쌍 사업전환 에스디아이. 진정한 반백년의 야심작."
삼성SDI는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최근 유튜브에 이같은 내용을 가사로 하는 노래를 영상과 함께 올렸다. 삼성SDI의 히스토리를 노랫말로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가사에 나온 것처럼 삼성SDI는 1970년 진공관과 흑백브라운관 사업을 시작으로 약 40여 년간 디스플레이 관련 사업을 담당했다.
삼성SDI는 초기 TV 부품 사업을 담당하며 삼성전자가 이코노TV를 출시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자료=삼성SDI] |
사명은 비전이 바뀌면서 두차례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는 출범 5년차인 1974년 세계적인 전자관 전문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로 '삼성전관공업주식회사'로 바꿨다.
이듬해 삼성SDI는 세계 3번째이자 국내 처음으로 퀵스타트 브라운관(이코노TV) 개발에 성공하면서 삼성전자가 TV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1980년 컬러TV용 브라운관 양산체제를 확립한 이후 1988년 연간 100만개 생산체제를 구축하면서 세계 최대 컬러브라운관 생산업체로 올라섰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삼성전관은 1999년 11월, 임시주총을 통해 현재의 이름인 삼성SDI로 사명을 또다시 바꿨다. 브라운관 중심의 사업 구조를 디지털 시대에 맞춰 첨단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SDI의 S는 'Samsung', D는 '디스플레이(Display)'와 '디지털(Digital)', I는 '인터페이스(Interface)'와 '인터넷 컴포넌트(Internet Component)'를 의미한다.
삼성SDI는 발자취 대부분이 디스플레이 분야에 있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배터리 사업에 뛰어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0년 양산품을 출시하며 본격 배터리 사업에 나선 삼성SDI는 10년 뒤인 2010년 말 이차전지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서는 쾌거를 달성했다.
주력으로 했던 디스플레이 관련 사업은 삼성디스플레이 출범과 PDP 사업 종료로 차츰 정리했다. 특히 2014년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부터는 완전한 배터리·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구성도. [자료=삼성SDI] |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는 2005년부터 진출하기 시작했다. 2015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 배터리팩 사업부문 인수 이후에는 셀부터 모듈, 팩까지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을 일원화하는 체제로 구축했다. 삼성SDI는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은 시작한지 11년이 됐다. 이제는 어엿한 글로벌 선두주자다. 2014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선그로우'와 합작사를 설립했으며 국내 한국전력을 비롯한 해외 ABB, Duke등의 에너지 기업들과 협약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면서 성장했다.
◆ '10조 클럽' 공신 전영현 사장...'중대형 배터리'에 주력
삼성SDI를 이끌고 있는 전영현 사장은 올해 취임 4년차다. 전 사장은 창립 이래 최초로 삼성SDI를 '10조 클럽'에 들어서게 한 공신이다. 지난해 삼성SDI는 매출 10조974억원을 기록했다.
전 사장이 취임한 2017년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가 있었던 다음해다. 삼성SDI는 당시 사태로 영업손실이 9263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5조2008억원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삼성SDI 실적 추이. 2020.01.31 sjh@newspim.com |
전 사장은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위기를 맞은 삼성SDI를 정상화 하는데 주력했다. 초격차를 위한 기술 개발과 함께 중대형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데 집중했다.
삼성SDI는 소형전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신성장동력으로 전기차용 배터리와 ESS 등 중대형 전지 사업을 키워나갔다. 이는 삼성SDI를 성장세로 이끌었고 매출도 2017년 6조3216억원, 2018년 9조1583억원으로 점차 커졌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169억원에서 715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중대형 전지 사업은 아직 적자를 내고 있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흑자가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ESS 화재 사태로 위기가 있었으나 전 사장은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국내 업계 최초로 안전선 강화 대책을 발표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울산사업장에서 대책 시연회를 여는 등으로 적극 나섰다.
전 사장은 올해 삼성SDI가 100년 기업이 되도록 하는 데 초석을 닦는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배터리 시장을 리딩해 나가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올해는 "올해 100년 기업을 향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50년 디스플레이 세계 제패의 영광을 넘어 첨단 소재와 에너지 기업의 정상에 서자"고 전했다.
전 사장은 1991년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D램 개발에 공을 세웠다. 이후 1999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이후 주로 메모리 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입사 후 메모리연구소 D램2팀장, 반도체총괄 메모리연구소 D램 설계팀장, 메모리 D램 개발실장,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등을 거쳐 2014년부터 DS사업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맡았다. 그러다 2017년 삼성SDI 사장으로 부임했다.
전 사장은 삼성SDI에서 배터리 사업을 키워온 공을 인정받아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한국전지산업협회 6대 회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그는 2023년까지 3년간 협회를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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