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국내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가파른 대출증가세는 물론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2분기 연속 하락한 탓이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은행과 은행지주의 지난 3월말 기준 BIS비율은 각각 14.72%, 13.4%로 전년 말 대비 -0.54%포인트, -0.14%포인트 하락했다.
현행 규정상 은행들은 BIS비율을 10.5% 이상만 유지하면 된다. 하지만 지난 몇년 간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온 은행들의 BIS비율은 줄곧 15%대를 기록해왔다. 14%대로 하락한 것은 3년여만이다.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말한다. 은행이 보유한 자산 위험에 대한 완충장치로서 자기자본을 얼만큼 보유했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은행의 BIS비율 하락세는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지원과 대출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은행들의 위험가중자산은 73조원 늘어난 반면 총 자본은 2조4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코로나19 관련 정부가 편성한 '135조원+알파' 민생·금융안정 패키지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들의 경우 BIS비율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산은의 BIS비율은 13.33%로 지난해 말보다 0.73%포인트 하락했다. 2014년 6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수은과 기은의 BIS비율도 각각 13.73%, 14.26%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은행들의 BIS비율은 올해 하반기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권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충당금을 덜 쌓은 만큼 이익이 과대 포장되고 많이 쌓으면 이익이 줄어든다.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당국이 은행들에 충당금 적립 확대를 권고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지난 2월 613조3080억원이던 가계대출은 지난달 627조3829억원을 기록하며, 3개월 간 14조원이나 불어났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도 같은 기간 각각 21조원, 12조원 가량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코로나19 관련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은행을 통해 최대 70조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점도 BIS비율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예대율 기준을 현행 100%에서 85%로 낮출 방침이다. 자산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의무적으로 쌓아야 하는 자금 부담을 줄여 소상공인의 코로나19 피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은행들은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후순위채는 원리금을 돌려받는 순서가 일반적인 선순위채보다 후순위인 채권으로 BIS는 이를 자본으로 인정해준다. 때문에 은행들은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채를 선호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해외채권 발생시장 상황이 불안정한 점은 변수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며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감해 발행 가산금리가 최근 급등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KB국민은행은 올해 2분기 예정됐던 6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연기했다. BIS비율 제고를 위해 당초 유럽, 아시아, 미국 등에서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금리가 급등해 이를 연기하기로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BIS비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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