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렘데시비르 싹쓸이에 나서면서 전세계에서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간) 유럽과 아시아 일부 국가는 현재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사(社)의 렘데시비르 보유량이 여유가 있지만 미국이 신규 생산 물량 대거 확보에 향후 공급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길리어드와 9월 말까지 생산되는 렘데시비르 물량의 92%를 구입키로 계약을 맺었다. 7월 생산 물량은 100% 확보했고, 8월과 9월 생산량도 90%를 우선 공급 받기로 했다. 이는 50만회 이상의 치료 과정에 활용될 수 있는 분량에 해당된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5월 긴급 승인한 현재로선 유일한 코로나19 치료제다.
미국의 독점 우려가 제기되자 독일과 영국 정부는 현재 렘데시비르 보유량은 충분하다면서도 향후 물량 소진을 염두에 둔 대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렘데시비르 투약에 들어간 한국 정부도 길리어드로부터 일정 부분을 기증받았지만 향후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렘데시비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이날 회원국들이 렘데시비르를 비축할 수 있도록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싹쓸이와 이로 인한 확보 쟁탈전에 대한 우려와 비판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팀장은 미국의 대규모 물량 확보 소식에 "세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이들이 필요한 약품 등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왕립 제약협회의 수석 과학자 지노 마르티니도 "미국의 행동은 (렘데시비르) 공급 체인에 긴장이 생길 것이란 것을 의미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렘데시비르 확보 경쟁은 결국 길리어드 사이어스사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줄 전망이다. 길리어드는 지난달 29일 렘데시비르를 미국 등 선진국 정부에 병당 390달러(약 47만원)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통상 5일 간 치료에 필요한 환자당 비용은 2340달러(약 281만원)가 소요될 예정이다.
미국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속될 경우 렘데시비르는 향후 수년 간 길리어드에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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