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홍근진 기자 = 세종시 전동면 심중리에 추진중인 폐기물 소각장에 대해 전동면 주민들이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성토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읍.면지역 주민들이 이에 동조해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사업추진 과정에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폐기물 소각장 추진에 대해 대책위가 품고 있는 의혹은 크게 세가지다. 당초 계획을 바꾸는 내부방침을 정하고 검토용역과 공모과정을 통해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된 경위가 불투명하고, 후보지가 300m 이내 주민 2명의 동의만으로 결정됐으며, 소각장에 대해 시의원과 국회의원들이 보이는 태도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대책위는 이같은 의혹을 지난 달 26일 이춘희 세종시장이 보낸 이두희 환경녹지국장을 비롯한 시청 공무원들과 가진 간담회와 지난 4일 강준현 세종을 국회의원과의 간담회에서 강하게 주장했다.
강준현 국회의원과 대책위 간담회.[사진=대책위] 2020.07.06 goongeen@newspim.com |
먼저 주민들은 당초 계획이 변경된 경위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당초 지난 2006년 행복청이 신도시 5~6생활권 종합계획을 세우면서 이 곳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을 자체 처리하기 위한 시설로 6-1생활권 구 월산공단 자리에 짓기로 했다. 1일 280t 소각시설과 30t의 음식물자원화시설을 짓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세종시와 행복청, LH는 읍.면지역에도 폐기물 처리시설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한 곳에 지어 통합관리를 해야한다는 명목으로 6-1생활권 폐기물 처리시설을 백지화했다. 그해 12월에는 H기술에 2000만원을 주고 소각시설 400t과 음식물자원화시설 80t을 설치·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도 마쳤다. 올해 2월 20일에는 공모를 통해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며 희망지역을 모집했다.
이 과정에 대해 주민들은 "세종시가 LH, 행복청과 함께 건설비용을 줄이고 원안 부지 등에 거주시설을 짓기 위해 외곽지역으로 폐기물 소각장을 옮기는 것을 밀실에서 정하고 일방적으로 몰아부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부터 현재 45t 규모의 소각장을 운영하고 있는 심중리를 염두에 두고 계획을 추진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일 정의당 세종시당은 이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세종시와 행복청 담당자들은 업무가 자주 바뀌면서 이 문제가 왜 이렇게 결정됐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분산 설치하는 것보다 통합해서 설치해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어서 그렇게 결정한 것으로 알고있다"는 답변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합설치'보다 '분산설치'가 사후 관리에서 더 유리하고 좋은 점이 있는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당은 이와 관련, 폐기물은 '배출량 억제'와 '발생지 처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그동안 도시계획이 변경되었다면 이 또한 세종시민들에게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등 소통했어야 한다"며 "환경 폐기물 처리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개발 계획에 따라 급하게 부지를 변경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졸속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시 폐기물 처리시설 현황도.[사진=세종시] 2020.07.06 goongeen@newspim.com |
다음으로 세종시가 후보지를 선정한 경위에도 의문점이 있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 2월 20일 공모 공고를 내고 4월 19일 마감해 5월 25일 전동면 심중리 현 소각장 부근의 A씨 소유 부지 2만평을 선정했다. 그런데 예산이 1660억원이나 들어가는 이같은 대규모 사업을 하면서 토지 소유주 1명과 반경 300m 이내에 사는 주민 1명 등 2명의 동의만으로 후보지가 결정되고 나머지 면민들은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게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후보지 토지 소유주 A씨에 따르면 지난 2월 조치원에 있는 부동산 업자가 찾아와 자신 소유 땅보다 조금 위에 있고 충북 청주쪽에 가까운 땅 주인이 소각장 후보지 신청을 하려한다고 알려줬다. 동네 이장인 A씨는 그렇게 되는 경우 "그 땅 소유주인 외지 사람은 땅을 팔고 가면 그만이지만 동네에 불이익이 올 것 같아 자신 소유의 복숭아 밭 2만평(6~7만㎡)을 소각장 부지로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후보지 요건이 부지 면적 1만 5000여평(5만㎡) 이상이고 경계로부터 300m 이내에 거주하는 세대주 80% 이상 동의와 토지소유자 80% 이상의 매각 동의를 받아 응모 신청하면 됐다. A씨는 자신의 부지에서 300m 이내에 사는 주민 1명의 동의를 얻어 신청했다. 결국 이렇게 크고 중요한 사업이 단 2명의 의사로 신청되고 나머지 전동면 주민들은 후보지 결정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폐기물 소각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주민들의 생명권에 지장을 주고 재산권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점을 생각한다면 단 2명의 주민이 동의한 신청서가 시청에서 받아들여진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라고 주민들은 지적했다. 세종시에서 좀 더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요건에 맞는다고 받아들인 것이 아쉬운 대목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땅 소유주와 공무원 간에 유착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마저 제기하고 있다.
이 사업을 총괄하는 이두희 세종시 환경녹지국장은 지난달 26일 전동면사무소에서 열린 쓰레기 소각장 반대 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주민들로부터 "신도시 쓰레기를 왜 여기까지 가져오냐"며 "당초 계획대로 설치하면 된다"는 볼멘소리를 듣고 돌아갔다.
세종시 전동면 폐기물 소각장 위치.[사진=네이버] 2020.07.06 goongeen@newspim.com |
마지막 의혹은 이번 폐기물 소각장에 대해 시의원과 국회의원들이 시원치 않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동면 이재현 시의원은 같은 당 소속 시장이 추진하는 일이어서 그런지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비해 의사를 전달하고 조정하는 역할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29일 시의회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이 시장에게 폐기물 처리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한 배경에 대해 질문했지만 그 강도가 약했다는게 대책위 주민들의 중론이다. 또 지난 6월 26일 대책위와 시청 공무원 간의 간담회에서는 인사말만 하고 가벼려 주민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통합당 박용희 시의원과 비교되기도 했다.
서금택 세종시의회 전반기 의장은 현재 심중리에 운영되고 있는 45t 규모의 소각장을 연기군 면장 시절에 건설하는데 참여해 누구보다 기술적인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서 전 의장은 임기중 폐기물 처리장 증설에 대한 조례를 통과시키고 이와 관련해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그런데 추가 설치하는 총 480t 규모의 시설을 6-1생활권에 짓지 않고 전동면으로 이전해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게 대책위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들로부터 시의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해 온 것이 이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강준현 세종을구 국회의원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전동면사무소에서 열린 대책위 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문제에 관해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돌아갔다는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뿐만아니라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인 4월 29일 세종시기자협의회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폐기물 처리시설 이전 건에 대해 자신이 부시장으로 재직할때 추진한 일이었다며 당정협의회에서 관심을 가지고 다시한번 검토해 보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그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이날 대책위와의 간담회에서는 자신이 부시장으로 근무할때 추진한 일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부시장으로 근무할때 시설 용량이 부족해 증설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책을 결정했지만 입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연구용역은 그 이후에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용역결과와 추진과정, 공모절차, 공론화 과정, 사회적 합의 등 절차상에 문제가 없었는지 보좌관에게 면밀하게 조사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폐기물 소각장 문제는 자칫하면 일부 주민들의 님비현상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또 세종시 신도시에 많은 주민들을 위해 인구가 적은 읍.면 주민들이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다자논리'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청에서 행정행위를 함에 있어서 분명하게 밝히고 갈 일을 밝히지 않으면 반발은 눈덩이 처럼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민들은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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