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공공분양 일반공급 물량이 지금도 매우 부족한데 생애 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늘리기 위해 일반공급을 줄일 수도 있다니요." (청와대 국민청원 중)
"공공분양 당첨을 위해 성실히 청약저축을 유지해온 무주택 중장년층의 청약 기회를 빼앗지 말아 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중)
청약 제도를 개편해 생애 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추진되자 다른 예비 청약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생애 최초·신혼부부들에 대한 특별공급을 늘리는 만큼 일반분양 물량이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10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실수요자들에게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민주택에 가점제를 폐지하거나 공공·민간분양에 생애 최초·신혼부부를 위한 특별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자 생애 최초·신혼부부 청약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예비 청약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특정 세대에 대한 특별공급 확대가 다른 예비 청약자들의 주거 사다리를 끊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일반분양 물량 지금도 부족하다..."희생 강요 안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생애 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로 일반분양 물량이 줄면 안된다는 글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신혼부부나 청년층을 위한 주거안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반대로 다른 세대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예비 청약자는 "무주택 중장년층의 청약저축이 쓰이지도 못한 채 얼마나 심하게 적체돼 있는지 알고 있느냐"며 "공공분양은 오랫동안 무주택으로 지내며 매달 10만원씩 성실히 청약저축을 부어온 무주택자들에게 우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청원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공공분양 단지를 신혼희망타운으로 전환해 분양하고 있는데 공공분양 물량 대부분을 신혼부부와 청년층에게만 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공공분양 일반공급 청약만을 간절하게 기다리는데 청약금액 커트라인이 점점 올라가고 있어 일반공급만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20% 물량도 간절하다"며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희망은 없애지 말고 일반공급 물량을 유지시켜 달라"고 주장했다.
다른 청원인도 "일반공급은 청약저축을 얼마나 오랫동안 해왔는지에 따라 분양 우선순위가 결정되는 방식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질 수 있다"며 "공공분양 일반공급 물량이 지금도 매우 부족한데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기 위해 일반공급 물량을 줄이면 안된다"고 말했다.
◆ 누가 더 우선적으로 혜택받느냐 '제로섬게임'
현재 국민주택은 특별공급 비율이 ▲생애 최초 20% ▲신혼부부 30% ▲기관추천 15% ▲다자녀 10% ▲노부모 부양 5% 등 총 80%에 달한다. 민영주택은 특별공급 물량이 ▲신혼부부 20% ▲다자녀 10% ▲기관 10% ▲노부모 부양 3% 등 총 43%로 생애 최초는 포함되지 않는다.
청약 제도를 개편해 생애 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늘리려면 국민주택에서 가점제를 없애고 특별공급으로만 운용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 민영주택 특별공급에 빠져 있는 생애 최초 자격을 추가하거나 신혼부부 비율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민영주택에서 특별공급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주택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짓거나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받아 공급되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말한다. 일반 건설사들이 짓는 민영주택도 전용 85㎡ 이하에만 특별공급 물량이 포함되고,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이 넘는 주택은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문가들도 현재 거론되고 있는 공급물량 확대 방안이 다른 예비 청약자들의 주거 사다리를 끊는 결과로 이어져 세대 갈등을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추가 공급물량을 계획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생애 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중을 늘리는 만큼 다른 일반분양 물량이 감소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특정 세대의 주거 안정을 위해 다른 청약자들의 몫을 빼앗아오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신규 분양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이 커져 3040세대에 대한 공급물량을 늘리는 것"이라며 "같은 물량 안에서 어느 대상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를 놓고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