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 폭등이 뜨거운 화제다.
최근 1주일 사이에만 25%에 달하는 폭등을 연출했고, 지난 1년 사이 상승률은 무려 500%에 달한 것. 시가총액은 2500억달러를 돌파, 불과 1주일 사이 25% 가까이 급증했다.
2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판매 실적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상승 랠리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들이 주시하는 것은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다. 앱으로 거래하는 소위 개미들의 베팅이 테슬라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이라는 얘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테슬라의 '수퍼 차저'(Super Charger) 급속 전기차 충전소. 테슬라 수퍼차저는 40분 만에 완충이 가능하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루빈후드 광풍은 테슬라 공매도 세력을 보기 좋게 쓰러뜨렸다. 숏 세력들의 공매도 잔액이 200억달러에 달했지만 개미들의 '사자'에 주가가 폭등, 대규모 손실을 떠안은 것.
시장 전문가들은 로빈후드 거래량 상위 종목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형적인 군중들의쏠림인 데다 투기적인 성향의 개미들이 빠져나가면서 언제든 급락 반전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얘기다.
10일(현지시각) 로빈트랙에 따르면 수수료 0%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를 이용하는 투자자들 가운데 테슬라를 보유한 이들은 약 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테슬라뿐 아니라 루빈후드에서 전기자동차 종목의 거래가 후끈 달아올랐다. 중국판 테슬라로 통하는 니오를 매입한 개미들이 250만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니오는 로빈후드 플랫폼에서 선호도 22위에 랭크됐다. 페이스북보다 높은 인기를 끄는 셈이다.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와 전기 트럭 업체 워크호스 역시 각각 18만명과 14만명에 달하는 루빈후드 이용자들이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종목 가운데 실제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테슬라와 니오 뿐이고, 연간 흑자를 달성한 업체는 테슬라가 유일하다.
미국 투자 매체 배런스는 테슬라를 포함한 전기차 급등이 로빈후드 효과에 따른 것으로, 주가 급반전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니오는 8일까지 6거래일 사이 87% 폭등한 뒤 3% 가량 하락 반전했다.
한편 테슬라 주가 하락 베팅에 뛰어든 숏 세력은 개미 군단의 매수 열기에 된서리를 맞았다. 시장 조사 업체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테슬라 공매도 세력의 평가 손실액은 최근 1주일 사이에만 약 180억달러에 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의 공매도 잔액은 200억달러에 달했다. 단일 종목을 기준으로 할 때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당장 힘겨루기에서 로빈후드의 개미들이 숏 세력들을 압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는 테슬라의 주가 랠리에 불편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00년 초 닷컴 버블과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의 데이비드 휘슨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어떤 근거를 앞세우더라도 테슬라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며 "앞으로 제품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가정하더라도 고평가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테슬라가 S&P500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주가 과열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버네스 카운셀의 팀 그리스키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테슬라를 선호하지 않거나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하더라도 지수 편입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펀드에 이를 편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과열 논쟁에도 테슬라 주가가 당분간 상승 추이를 지속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개미들의 매수 열기가 적어도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클레이스는 보고서를 내고 "12월 모델Y의 수요가 투자자들을 실망시키는 상황이 벌어질 때까지 테슬라는 상승 탄력을 지속할 전망"이라며 숏 세력들을 경고했다.
테슬라 편입 비중이 가장 높은 아크 인노베이션 ETF는 최근 5거래일 사이 46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 사상 최대 규모의 '사자'를 기록하며 개미들의 뜨거운 매수 열기를 반영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