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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잡자"...유통·물류 '배송 동맹' 앞세운 패권다툼 치열

기사등록 : 2020-07-1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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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百, 현대글로비스와 위탁 계약..범 현대가 사업 협력 이례적
유통 대기업부터 이커머스까지 가세..."비용 부담 ↓ 운영 효율화 ↑"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유통업체들이 '배송 동맹'을 앞세워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배송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유통업체와 물류회사간 합종연횡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 로켓배송을 내세워 새벽배송 시장을 장악한 쿠팡에 대항하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반격 카드'인 셈이다.

이커머스 업체뿐 아니라 롯데·신세계·현대 등 전통적인 유통 대기업까지 '배송 동맹' 결성에 합류했다. 유통업체와 물류업체간 합종연횡이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설 명절을 앞둔 물류센터(참고사진) 2019.01.29 leehs@newspim.com

◆범 현대가, 새벽배송 위해 동맹 결성...신세계도 물류회사와 협력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초 문을 여는 '현대식품관 투 홈'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무를 전담할 물류회사로 범 현대가인 현대글로비스를 낙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의 물류 계열사로, 주로 현대자동차 화물 물류를 취급한다. 정의선 현대차 총괄수석부회장이 지분 23.3%를 갖고 있다. 범 현대가가 특정 사업 파트너로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경기 김포시에 있는 M4 물류센터를 직접 임차해 상품 입고부터 포장, 배송 등 전반적인 물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현대백화점은 전날 오후 11시까지 주문받은 상품을 다음 날 새벽 가정에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다음 달 초 출시할 계획이다.

신세계도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의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 물류회사와 위탁 계약을 맺었다. 신세계의 배송서비스를 담당하는 업체는 CJ대한통운과 현대글로비스 등 여러 곳이다. 온라인 전용물류센터인 네오(NE.O)의 지리적 위치와 배송 지역에 따라 업체를 달리한 결과다.

이커머스 후발주자인 SSG닷컴은 쿠팡에 맞서 지난해 새벽배송을 실시한 결과, 진출 1년 만에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누적 주문 건수는 270만건, 주문 상품 수는 4100만개에 달했다.

재구매율도 60%에 달했으며, 새벽배송으로 취급하는 상품 가짓수(SKU)는 지난해 1만개에서 올해 2만8000개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배송 동맹' 맺은 유통·물류회사 현황. [자료=각사] 2020.07.14 nrd8120@newspim.com

◆이커머스도 합종연횡 활발...이베이·위메프도 참전

이커머스 업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G마켓과 옥션, 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2017년부터 CJ대한통운과 '스마일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일배송은 판매자의 제품 보관부터 주문 처리, 포장, 배송, 고객 문의 응대까지 이베이코리아가 대행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다. 평일 오후 8시 이전까지 주문할 시 다음 날 상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베이코리아가 동탄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CJ대한통운이 물류센터 운영을 전담하는 식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자체 개발한 물류관리시스템인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를 토대로 CJ대한통운은 상품 입고부터 배송까지 전 단계의 물류 과정을 책임진다. WMS는 판매 상품의 입·출고, 재고 현황을 손쉽게 파악해 효율적으로 물류 운영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한 시스템이다.

또한 다른 판매고객 상품을 한꺼번에 취급해 합배송하는 '제3자 물류' 형태를 띤다. 상품 입고부터 배송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 이미지. [사진=이베이코리아] 2020.07.14 nrd8120@newspim.com

위메프는 GS더프레시와 협력해 생필품 당일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위메프는 '중개 플랫폼' 역할만 하고 GS더프레시가 상품 입출고부터 배송까지 물류를 전담한다. 3만원 이상 구매하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원하는 시간대에 무료로 배송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동맹을 넘어서 '혈맹'으로 배송을 강화하는 업체도 존재한다. 롯데쇼핑은 롯데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배송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다. 롯데지주는 지난 3월 6월 잇달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지분을 취득했다. 롯데지주의 지분율은 기존 44.6%에서 46.04%로 늘었다.

롯데백화점에서부터 마트, 슈퍼, 지난 4월 출범한 롯데온까지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손을 잡고 배송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식품관 근거리 배송에, 마트와 슈퍼는 당일배송에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활용하고 있다. 롯데온은 전체 7000만개 상품 가운데 직매입 상품에 한해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배송 업무를 전담한다. 오픈마켓을 지향하는 만큼 직매입 상품의 비중은 작다.

편의점 계열사인 세븐일레븐도 가맹점 물류 및 택배 업무는 롯데글로벌로지스에게 맡기고 있다. 현재 전국에 상온 및 저온 총 30여개의 물류센터에서 전국 1만200여개 점포에서 운영하는 물류(상품)의 보관, 포장, 배송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편의점 택배서비스를 통해 들어온 물건도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배달한다.

편의점 업계의 강자인 BGF리테일도 물류 자회사인 BGF로지스를 통해 전국 가맹점주에 상품을 배달하고 있다.

◆유통街 "배송만이 살길이다"...언택트 시대에 불 붙은 배송 경쟁

과거에는 단연 상품 구색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느냐에 따라 유통업계의 판도가 결정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통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 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배송 속도'도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했다. 유통업체들은 '빠른 배송'에 앞다퉈 뛰어든 이유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경기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실적이 부진한 업체들이 '위기 타개책'으로 내놓거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빠른 배송서비스를 도입하고 나섰다.

배송은 유통업체가 직접 나설 경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쿠팡이 대표적인 사례다. 쿠팡은 유통업계에서 물류를 직접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다. 상품도 직매입하고 물류센터도 직접 짓거나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뒷받침돼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만년 적자'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4.2% 증가한 7조1530억원을 기록했다. 대형마트의 매출에 맞먹는 규모다. 영업손실은 36.1% 줄어든 7205억원으로 적자 폭을 개선했다. 다만 누적 적자는 3조7210억원에 이른다.

쿠팡 매출 및 영업손실 규모.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및 쿠팡] 2020.04.14 nrd8120@newspim.com

유통업체들이 '배송 동맹'을 찾아 나서는 것은 투자비용 부담을 덜고 이미 물류 인프라를 갖춘 전문 물류기업과 협력하면 사업 초기부터 운영 측면에서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사업 초반에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업계의 관계자는 "물류사업은 사업 초기에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쿠팡이 매년 수천억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도 인건비, 물류센터 건립비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며 "이미 인프라를 갖춘 물류회사와 협력한다면 업체로서는 비용 부담을 덜고 사업 초기부터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전개할 수 있다. 비용 절감으로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룹 내 계열사나 업체가 직접 물류를 담당할 경우 영업 노하우나 정보를 외부에 노출을 최대한 막고 계열사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을 소지가 있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그는 "계열사 물류회사를 활용한다면 일감 몰아주기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이러한 문제점을 잘 보완한다면 계열사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전했다.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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