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롯데그룹이 해외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나서면서 '포스트 차이나'로 불려온 동남아시장에 대한 재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롯데는 신남방정책을 펼치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유통, 식품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 문이 닫히는 팬데믹(세계적대유행)으로 번지자 글로벌 사업 확장 기조를 급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웨비나(Webinar) 형태로 진행된 '2020 하반기 VCM'에 참석한 모습. [사진=롯데] 2020.07.14 hj0308@newspim.com |
◆신동빈 "해외사업 접근 방식 달라져야"...동남아시장 집중 재정비 예상
신동빈 회장은 전날 하반기 사장단회의(LOTTE Value Creation Meeting·이하 VCM)를 화상 회의를 통해 열고 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췄다.
신 회장은 "국제무역, 세계화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생산 최적화를 위해 많은 생산시설이 해외로 나갔지만 지금은 신뢰성 있는 공급망(Supply Chain) 재구축이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도 리쇼어링(해외에 진출한 자국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하고 있다"면서 "국제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해외 사업을 진행할 때에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롯데그룹 유통・식품부문 해외 사업은 대부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 집중되어 온 만큼 이에 대한 집중적인 재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동남아지역을 중심으로 신남방정책을 펼쳐왔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유통, 식품 진출 이후 화학, 건설 등 전 부문으로 확대하며 투자를 진행했다.
베트남에선 호찌민 인근의 5만m² 부지에 백화점, 쇼핑몰, 호텔 등 편의시설과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에코스마트시티'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하노이에도 약 7100억원을 투입한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조성 중이다.
이 외 인도, 파키스탄, 미얀마 등에서는 제과, 아이스크림, 음료 등 식품 사업 비중을 늘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팬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관광국가가 대부분인 동남아 시장의 경우 직격탄을 맞게됐고 롯데그룹 역시 이들 계획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나선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1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웬 쑤언 푹((Nguyễn Xuân Phúc) 베트남 총리를 만나 투자 확대 및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롯데] |
◆인니·베트남 이커머스 사업 철수...9년 간 운영한 롯데리아도 전 매장 폐점
이미 롯데그룹은 유통부문의 경우 사드 사태 이후 중국에서 철수 한 이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 이커머스사업 정리에 나선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2017년 인도네시아 살림그룹과 합작 설립한 '인도 롯데 막무르' 지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보유 지분을 합작사 살림그룹에 넘기기로 했다.
베트남 온라인 사업도 철수한다. 롯데는 현지 이커머스 법인 '롯데 전자상거래 베트남 유한회사'에 대한 청산을 조만간 완료할 예정이다. 지난 1월에 쇼핑몰 '롯데닷브이엔' 운영을 종료한 바 있다.
롯데쇼핑 측은 이커머스에서 철수하면서도 현지 오프라인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신동빈 회장이 해외 사업 재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만큼 기존과 같은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는 베트남에 2020년까지 60개 매장을 개장한다는 목표를 2015년 세웠지만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은 14곳에 불과하다. 베트남에선 당초 작년 말 개장 예정이었던 '나트랑 2호점' 오픈을 연내 계획 중이며 인도네시아에선 하반기 2곳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롯데리아, 엔제리너스커피 등을 운영 중인 롯데GRS 역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9년 만에 완전히 철수키로 했다.
롯데리아 인도네시아법인 등에 따르면 롯데리아는 지난 달 말을 기점으로 자카르타 수도권에 남아있던 매장 17개 문을 닫았다.
롯데리아는 2011년 자카르타 롯데마트 클라파가딩점에서 인도네시아 1호점을 개점하고 그동안 최대 35개(엔젤리너스커피 포함) 매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점유율 1%를 넘지 못한 채 고전해오다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롯데그룹은 당분간 해외 사업 확장보단 국내로 눈을 돌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국내에서도 아직 다양한 사업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사 간 시너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그룹 내 임원들이 모두 참석한 VCM을 진행했다. 이번 VCM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처음으로 웨비나(Webinar・웹 세미나) 형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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