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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소사실 유출 논란…'공무상비밀누설' 처벌 가능성은

기사등록 : 2020-07-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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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차 수사상황 유출한 검찰 수사관 구속
법조계 "부적절 시점에 수사상황 유출했다면 처벌 가능"
"유출자 신분·경위·고의성 여부 따라 형사책임 여부 갈릴 듯"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이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관련자들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처벌 가능성에 관심이 주목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시장에 피소 사실을 유출한 의혹을 받는 서울시와 경찰, 청와대 등 관계자들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2020. 7. 13 photo@newspim.com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소사실을 유출한 청와대와 경찰 관계자를 공무상비밀누설 및 증거인멸교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민단체 활빈단은 전날 경찰과 청와대의 '성명불상 관계자' 등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보수단제인 자유대한호국단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지방경찰청과 청와대 직원을 대검찰청에 고발하기로 했다.

현재 박 시장에게 피소사실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 인물은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이다. 임 특보는 박 전 시장 사망 전날인 지난 8일 박 전 시장에게 '실수한 일이 있냐'고 질문을 하며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박 시장이 이같은 사실을 전달받고 임 특보와 법률전문가 등 측근들과 대응책을 비공개 논의한 것으로 보도했다.

임 특보는 박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소문이 돌아 이를 되물었을 뿐 피소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나 청와대 관계자가 박 시장 측근에게 수사 상황을 건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경찰과 청와대 역시 수사 상황 유출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박 시장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박 시장 전 비서 여성 A씨 측은 증거인멸 우려와 물증 확보를 위해 수사팀에 특별히 보안을 유지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2020.07.13 dlsgur9757@newspim.com

A씨 측 김재련 변호사는 "박 시장에게 고소 사실을 알리거나 암시하지 않았다"며 "신속하게 박 시장이 메시지를 보낸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거인멸을 우려해 경찰 수사팀에도 절대 보안 유지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사건 당사자가 피소 사실을 알리기를 원치 않았고 박 시장에 대한 소환조사나 압수수색 등 본격적 수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 상황이 부당하게 외부로 유출됐다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검찰 수사관 박모 씨는 최근 현대·기아차 엔진결함 은폐 의혹과 관련한 내부 수사 정보를 일부 현대차 직원에게 유출한 혐의로 지난 8일 구속됐다. 당시 법원은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 공무원이 수사기밀을 누설해 효율적인 수사를 방해하고 수사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행위로 사안이 중대하다"며 "피의자의 지위 및 사건의 특성상 증거 인멸 우려도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서초동 한 형사전문변호사는 "시점상 피고소인에 대한 경찰 소환조사나 압수수색 등 수사가 이뤄지기에 앞서 부적절한 시점에 피소 사실을 알려줬다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수사상황이 유출됐다고 하면 유출자의 구체적 신분이나 그 경위, 고의성 여부 등에 따라 형사 책임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증거인멸 혐의 적용과 관련해선 "경찰이나 청와대 관계자가 박 시장 측에 수사상황을 전달하면서 휴대전화를 없애라든가, 증거를 없애라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인멸 의도가 있는 조언을 했다면 해당 혐의 적용이 가능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증거인멸 혐의 처벌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주영글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우선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피소 사실이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향후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증거인멸 혐의는 실제 증거를 인멸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에 따른 행동이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단순 수사상황 유출 만으로는 적용이 쉽지는 않다"며 "또 증거인멸 지시를 했다고 해도 실제 증거인멸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실패한 교사 또는 효과없는 교사로 판단돼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박 시장 사망 장소에서 발견된 박 시장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하기로 결정하면서 피소사실 유출 의혹 수사와 관련한 사실관계가 확인될 지 관심이 주목된다. 다만 경찰은 해당 디지털포렌식이 박 시장의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한 작업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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