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재건축 단지는 임대료가 주변 일반 아파트에 비해 수억원 저렴해 인기에요. 하지만 집주인이 2년 동안 직접 거주해야 조합원 분양을 받게 되자 매물이 급감하고 전세가격이 1억원 넘게 뛰었어요."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사)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있는 재건축 단지들의 전세가격이 평균 1억원 이상 뛰어 임차인들의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재건축 단지는 주변 일반 아파트에 비해 임대료가 5억~7억원 넘게 저렴하고 쉽게 오르지 않는다. 아파트가 낡아 거주환경이 일반 아파트에 비해 불편한 데다 재건축이 진행되면 이주를 서둘러야 해 장기 거주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재건축 단지의 전세가격이 뛰면서 임차인들의 전세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 재건축 실거주 요건 강화되자 전세 매물 '뚝'
21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인기 거주지역의 재건축 단지에 집주인들이 직접 들어가 살기 시작하면서 전세 매물 찾기가 어려워지고 전세가격이 뛰고 있다.
부동산114의 주간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세가격은 지난 10일 전주 대비 0.08% 올랐다. 송파(0.22%)는 전셋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고 강남(0.08%), 서초(0.00%)가 뒤를 이었다.
지난 6·17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조합원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직접 거주한 기간이 2년을 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단지가 실거주가 아닌 투기 수단으로 이용돼 주변 아파트값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 규제를 적용했다. 하지만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시행된 이 규제가 정작 세입자들의 거주를 어렵게 하고 있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로 학군 수요가 몰리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는 전용면적 84㎡가 현재 7억~7억5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재건축 전세가격은 수리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이 단지 같은 면적은 지난 4~5월 4억5000만~7억원에 전세가 거래됐다. 대부분 5억 중·후반대~6억 초·중반대에 전세 거래가가 포진됐다.
강남구 도곡동 개포한신은 전용 83㎡가 현재 6억5000만~7억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은 지난 4~5월 5억3000만~5억6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 일반 아파트 대비 임대료 수억원 저렴..."임차인들이 타격"
학군 수요가 몰리는 서초구 반포·잠원동도 재건축 단지 전세가격이 오름세다.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용 107㎡는 현재 7억원에 전세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은 지난 6·17 대책 이전 4억 초·중반대~6억 중반대에 전세 거래됐다.
잠원동 신반포2차 전용 92㎡는 평균 6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가능하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은 지난 2일에도 6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송파구를 대표하는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도 가격을 올린 전세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이 단지 전용 82.51㎡는 5억~6억원에 다수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올해 들어 대부분 매물이 4억~5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일대 부동산들은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요건 강화 규제로 임차인들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한다.
재건축 단지는 주변 일반 아파트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해 다른 지역에서 온 직장인이나 학군 수요 중 자금이 부족한 임차인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사는 "자금 여력이 된다면 거주환경이 편리한 일반 아파트에 집을 구하겠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보니 재건축 단지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대치동은 교육 때문에 일시적으로 거주하다가 학업을 마치면 나가는 학군 수요가 대부분인데 새 학기를 앞두고 전세 매물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B공인중개사도 "일부 학군 수요를 제외하면 재건축 단지에 전세집을 구하기를 꺼려하는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투기를 잡겠다는 규제 때문에 전세가격이 널뛰기를 하고 있어 세입자들만 더 어렵게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