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오는 29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당초 지난 4월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3개월이 더 연기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돼 주택사업 수익 하락을 보전해줄 해외건설사업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여서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 하락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해외건설사업 중단에 분양가상한제까지 '이중고'...연말까지 실적 하락 예상돼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29일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민간택지에 공급되는 아파트도 공공택지처럼 택지 감정평가액, 택지가산비, 기본형건축비, 건축가산비를 합한 가격 이하로 분양가를 산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들의 분양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주택사업은 해외사업과 함께 대형 건설사들의 주요 수입원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건설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국내 주택사업은 건설사들의 가장 큰 먹거리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건설사들의 분양수익이 줄어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
당장 올해 2분기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반영돼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 감소가 예상된다. 국내 주택사업은 선방했지만 해외사업 타격이 컸다.
실제 현대건설 2분기 잠정 실적은 영업이익이 1538억원으로 전년대비 37.2% 감소했다. 매출은 같은 기간 4조5441억원으로 전년대비 2.9%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694억원으로 전년대비 63.9%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의 실적 부진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공사 지연과 수익성 악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공순위 1위인 삼성물산도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액이 7조2233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9719억원)보다 9.4%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206억원) 대비 7.9% 늘어난 2381억원을 기록했다. 강남권 재건축 등 2분기에 약 2조7000억원을 추가해 상반기 건설 수주 누적액이 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을 비롯한 시공능력평가순위 상위 5개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2분기 매출액·영업이익이 하락할 것이란 게 증권사들의 분석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투자증권은 대우건설의 경우 매출액이 2조504억원(-8.1%), 영업이익이 920억원(-9.5%)으로 줄 것으로 예측했다.
GS건설과 대림산업도 올해 2분기 실적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올해 2분기 매출액이 2조4900억원(-3.4%), 영업이익이 1667억원(-19.0%)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기간 대림산업은 올해 2분기 매출액이 2조5399억원으로 2.4% 늘겠지만 영업이익은 2562억원으로 14.0%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 건설사들 "보수적으로 경영...불확실성 커져"
대부분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2분기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은 대체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공사현장의 진행 속도가 목표 대비 지연됐고 이에 따라 일부 건설사들은 공사 원가율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현욱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현장 공사가 전반적으로 지연되는 모습"일며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해외부문의 매출 부진과 원가율 상승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본격적으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당분간 보수적인 기조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릴 계획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기대를 걸었던 해외사업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그나마 활발했던 국내 주택사업도 분양가상한제로 수익 저하가 불가피해졌다"며 "지금과 같은 어려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불확실성이 되고 있어 올해 연말까지는 보수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으로 건설산업을 부양하겠다고 하지만 공공발주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는 데다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할 기회도 많지 않다"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없다면 도시정비사업 규제를 풀어 수주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