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 당국이 낙지(오징어) 수출을 전면 중단하고 전국의 수산사업소를 대상으로 대금 횡령 혐의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 무역 소식통들을 인용해 "수산사업소와 중국의 대방들이 짜고 낙지수출대금을 빼돌린 혐의를 잡기 위해 지난 20일부터 당중앙의 특별 지시로 전국 수산사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이 시작됐다"며 "이에 북한산 수산물을 전문으로 수입하는 중국 동강(뚱강) 무역업자들이 비상에 걸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동해상의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하다 적발된 북한어선. [사진 = 타스통신]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중국 동강의 한 무역관련 소식통은 "당국의 검열에 밀수로 들여오고 있는 낙지 수입대금의 50% 이상을 선금으로 이미 지급한 중국 수산물 수입업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검열 결과에 따라 주문한 낙지 물량이 들어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작게는 수십만 위안에서 많게는 수백만 위안을 고스란히 날려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소식통은 이어 "별안간 내려진 낙지 수출중단과 수산사업소 검열은 당 중앙(김정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에 대한 후과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검열주체도 보위성이나 보안성이 아니고 중앙당에서 꾸린 특별 검열단"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단둥의 또 다른 소식통은 "북조선 지인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올해 낙지 철을 맞아 동해 바다에서는 낙지가 보기 드물게 풍어를 이루고 있고 이 중 대부분을 중국에 팔고 있는데, 당에 입금되는 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중앙당에서 의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에 당에서는 수산사업소와 중국의 낙지수입 대방들 간에 비리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낙지수출을 중단시킨 채 검열에 붙인 터라 검열 결과에 따라 한바탕 회오리 바람이 불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외화난에 허덕이는 북조선 당국이 모처럼 찾아온 낙지잡이 호황으로 외화벌이에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칼을 빼든 것 같다"며 "검열이 끝나고 수산사업소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전 까지는 낙지의 중국 수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동강시장에서 거래되는 북한산 낙지 가격은 냉동 낙지의 경우 톤당 1만7000 위안(2400달러) 정도에 도매업자들에 넘겨지고 있는데 이를 북한에서 밀반입해 오는 밀수업자들은 톤당 1000 위안 정도의 밀수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또 북한 수산사업소가 중국 수입업자에 넘기는 냉동 오징어 가격은 톤당 1만2000위안(1700 달러) 정도다. 다시 말해 중국 수입업자들은 5000위안의 마진 중 1000위안을 밀수대행업자에게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suyoung0710@newspim.com